대법원 판결로 정치권 대립 격화
선거법 개정·단일화 갈등 등
대선 한달 앞 정쟁 소용돌이
"초보 어부는 파도를 무서워하지만 노련한 어부는 안개를 무서워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향후 한국 경제 전망을 묻는 말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반도체·자동차를 앞세워 성장을 이어 나가던 한국 경제가 미국 관세폭풍 격랑을 만나 휘청이는 상황에서 무슨 산업을 어떻게 내세워 성장동력을 이어 나갈지 솔직히 두려움과 우려가 앞선다는 것이다.
특히 '16년 만의 해외 원전 수출' 축포를 앞뒀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이 막판에 현지 법원에서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제동이 걸린 상황도 위기감을 증폭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체코 순방을 통해 계약 성사를 위해 발로 뛰었던 노력이 자칫 수포가 될까 정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안개가 자욱해 시야를 가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판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정치판은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대법원이 안팎의 예상을 깨고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판결을 강행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등 온 전열을 사법부 공세에 퍼붓고 있다. 법원이 대선 이전 이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을 판결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당 차원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을 '사법 살인'으로까지 빗대며 날을 세우고 있고, 민주당은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열어 허위 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일부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선거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 근거를 없애겠다는 셈법이 자리한 것이다. 미 관세 대응에 주력해야 할 경제수장까지 공석으로 만들어버린 민주당은 170석을 앞세워 '입법 만능주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뿌연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김문수 대선 후보는 6일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대선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단일화 협상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점입가경이다. 김 후보는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이후 조속히 진행될 듯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문제도 난항을 겪게 됐다. 앞서 단일화에 긍정적이었던 김 후보 태도가 바뀌면서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대선 사전투표는 오는 29일과 30일에 진행된다. 22일 지난 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용지를 받아 들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기저기서 각종 모임이 한창이지만 가족들과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차기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도란도란 나누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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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양극단으로 치우친 사회는 사법부 불신 강화와 정치적 갈등 심화가 이어지면서 양 갈래로 더욱 갈라지고만 있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국민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할 공약은 실종돼 버렸고, 정쟁의 소용돌이만 여의도 정가를 휘감고 있다. 오는 12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더 늦기 전에 대선 후보들은 공약으로 경쟁하기 바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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