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물 인프라 국내中企 진출 시 금융사업 선점
건설·에너지 등 韓기업 참여 재건 사업 금융 지원
"우크라 옆 폴란드 지점, 글로벌 전략 중추 될 것"
"전쟁 후 가장 절실한 건 물 인프라다. 우크라이나 바로 옆 폴란드 지점은 단순한 새 해외지점 개점을 넘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전략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고 보고 이미 2년 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 이후 물 인프라 재건 수주를 따낸 수자원공사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현지에 진출하면 폴란드 지점을 통해 이들 기업의 금융 수요를 흡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정 행장은 "기존 제조업 진출과 달리 기간산업 차원의 진출이란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은행이 동유럽 금융시장 내 'K금융 선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국내 은행 최초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지점을 열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지역이다. 정 행장은 "전쟁 후 주택을 지어도, 산업 공단을 만들어도 물을 끌어 써야 한다. 농사 지을 수로뿐 아니라 식음료도 다 만들어야 한다"며 "전후 재건 시 선제적으로 필요한 물 인프라 재정비를 위해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주목받을 것이다. 수자원공사 역시 실제로 현지에서 아주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정 행장은 "한국의 수자원 경쟁력이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는 관련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의 역할 역시 크다"며 "앞으로 이들 기업이 수자원공사와 함께 전후 물 인프라 재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우리은행은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도로·교량·철도·공항 등 건설 사업,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 폐기물 관리를 위한 시설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간접자본 재건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기회도 있을 것이란 기대다.
폴란드 자체의 시장 경쟁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안정된 시장 환경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동유럽 진출 확대와 맞물려 금융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곳이다. 동유럽과 서유럽의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동유럽 금융 허브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폴란드는 최근 3년 평균 2.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8446억달러, 1인당 GDP는 2만3010달러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한국의 대(對)폴란드 투자금액은 총 61억달러다. 한국기업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다수 기업 현지 법인이 진출해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을 위한 금융 서비스 수요 역시 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 은행 지점의 필요성도 커졌다.
정 행장은 "바르샤바는 수도로서 정치·경제·금융의 중심 역할을 하는 만큼 폴란드 전역의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찍부터 폴란드 시장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우리은행은 2017년 국내 기업 현지법인이 다수 포진한 남서부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설치, 현장 중심 운영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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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행장은 폴란드 지점이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사업뿐 아니라 향후 동유럽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이후엔 동유럽과의 시너지를 위한 거점 역할이 필요하다"며 "향후 폴란드뿐만 아니라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부 지역 개발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라노=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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