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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전통 상품 위주의 경제 잣대..."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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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정치사회학자인 프레드 블록은 세상이 산업 경제에서 삶터 경제로 변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낡은 산업 시대의 제도와 정책이 더 나은 사회로의 도약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삶터를 "인간 공동체의 사회적·물리적 기반을 창조하고, 유지하며, 개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삶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산업 시대의 도구와 제도적 구조로 삶터 경제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9세기에 현대 경제학이 탄생했을 때는 금, 은, 향신료, 설탕, 섬유, 의류, 강철 등 표준화된 전통적 상품들이 경제적 산출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지만, 현재의 삶터 경제에서는 대다수가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에서 그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잣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민주주의의 현저한 후퇴, 사회 불평등 심화, 저렴한 주택을 포함한 사회적 인프라의 부족, 노동의 불안정성 증가, 기후변화 대응 실패, 허위 정보의 창궐과 사회적 분열 등을 우선 해결과제로 지목한다. 그는 "우리가 삶터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현재 심해지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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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전통 상품 위주의 경제 잣대..."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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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좌우를 막론한 사상가들이 자유시장과 강력한 중앙정부라는 두 축에 의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반 대중과 기존 정치 지도자들 사이의 깊은 단절을 초래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얻지 못하면, 정치는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정치 과정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지며, 정치인에 대한 깊은 불신이 생기게 된다. 이는 기존 정치 구조를 무너뜨리겠다고 장담하는 외부 선동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이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역 차원에서 주민들을 다시 참여시키는 것이다. (중략) 이러한 분권화된 참여민주주의의 이상은 역사적으로 깊이 뿌리 내리고 있지만, 산업 시대에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중략) 그러나 오늘날 진정한 삶터 사회를 구현할 가능성과 함께, 이 이상은 새로운 힘과 현실성을 얻었다. 이는 민주적 자치democratic self-governance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길이다. (46~47쪽)

기술 공룡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억만장자 소유주들의 부에서 비롯된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그들의 파괴적인 관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부 규제를 수시로 차단해왔다. 이들 기업이 허위 정보를 확산하고, 정치적 분열을 조장하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파괴적인 사회적 결과에 직면하고 있다. (156~157쪽)

1900년 또는 1950년까지는 기업의 투자가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삶터 경제에서는 이제 정부와 가계의 지출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지출과 임금 상승을 제한해야 한다는 기존의 접근방식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정부와 가계에 대한 긴축을 강조하는 이러한 잘못된 관점이 우리 대다수가 원하는 삶터를 만드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201~202쪽)

선출된 공직자는 일반 유권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와 조직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한다.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권력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정치 계급 내에서 돌고 돌 뿐이다. 이러한 구조는 부정적 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대다수 유권자는 2년 혹은 4년에 한 번씩 투표소에 가는 것 외에는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으며, (중략) 결국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이 부정적으로 되풀이되면서, "부패한 기성 정치 체제를 끝장내겠다"라고 주장하는 선동가에게 유권자들의 지지가 몰리게 된다. 정치에 소외감을 느끼고 기존 시스템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되었다고 믿는 일부 유권자는 이러한 반反정치적 주장에 강하게 공감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신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민주적 규범과 제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237~238쪽)

현재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는 1930년대와 유사한 점이 있다. 당시 파시스트 준군사 조직은 여러 나라에서 공산주의·사회주의 운동가들과 거리에서 충돌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양측은 상대의 승리를 존재론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민주당이 사회주의자이자 공산주의자이며, 국가 권력을 이용해 다문화적 가치를 강제로 주입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에 반대하는 쪽은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을 본보기로 삼아 반대 세력을 체계적으로 탄압하고 시위를 금지하는 권위주의적 정권을 수립하지 않을까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중략) 이 두려움은 정상적인 정치 시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의견 차이와는 놀라울 정도로 거리가 있다. (246~247쪽)

삶터를 책임지는 사회 | 프레드 블록 지음 | 이동구 옮김 | 296쪽 | 여문책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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