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덕수 차출론 키우는 국힘의 팀킬](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33109261373753_1680222373.jpg)
"지금의 한덕수를 키운 건 8할이 더불어민주당이다.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판결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직무에 복귀한 후에 국민의힘 지도부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정말로 '한덕수 차출론'의 배경은 민주당 때문일까. 국민의힘과는 무관할까. 한 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 중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한덕수 차출론이 탄력을 받던 때였다. 민주당 줄탄핵의 대상이었지만, 결국 직무에 복귀하면서 존재감이 생겼고,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으로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정치적 체급이 커졌다는 논리였다.
한 대행의 대선 등판 여부는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다. 한 대행 지지자들은 한덕수대통령출마추대위(가칭)를 만들어 그의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자처했다. 한 대행 지지율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덕수 차출론은 총체적 난국에 처한 국민의힘 처지와 직결된다. 일단 대통령 예비후보들부터 수준 이하의 모습이다. 비전 제시나 정책 경쟁은커녕 여전히 반탄(탄핵 반대)·찬탄(탄핵 찬성) 구도에 갇혀 아웅다웅하고 있다. "키높이 구두"나 "눈썹 문신"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자승자박한다. 이른바 '어대명' 독주로 관심이 떨어진 민주당 경선보다도 못 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당 바깥에서 인물을 찾는 지도부의 모습도 당내 경선 흥행에 역행한다. 뚜렷한 '1강' 후보가 없기 때문일까. 외부 인물이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만사 제치고 접촉에 나선다고 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문을 활짝 열겠다"며 반(反)이재명 빅텐트 영역을 당 바깥으로 넓혔다.
현역의원들은 눈치 보기에 바쁘다. 대다수 의원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판세를 주시하고 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한 대행이 상수가 아닌 변수로 남아 있는 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수 표심이 강한 지역구 의원들마저 외부 용병만 바라보고 있다. 출마도 하지 않은 한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예비후보가 힘을 받는다. 묘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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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는 더 커지고 경선 후보들은 지리멸렬한 지지율에 갇혔다.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사라진 채 경선 이후만 바라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을 향한 진정한 사과로 탄핵의 강을 건너거나 보수 재건의 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용병 100명이 와도 백약이 무효할 뿐이다. 지금은 당 스스로 자멸의 길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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