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고용률도 '최저' 벗어나
남성 가사노동 동의 인식도 확대
남녀 모두 '가족형성 지향' 증가
"커리어·가족 함께 챙길 수 있게 지원해야"
우리나라 청·장년층 남녀 과반수가 가족 부양을 위해 여성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동의 정도가 6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결과다.
17일 열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개원 42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은지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올해 25~44세 남녀 26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2019년 20~39세 남녀 6350명을 조사한 결과와 비교했다.
조사 결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해 남녀 모두에서 긍정적 반응이 높아졌다. '일하는 것은 여성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남성 44.2%에서 올해 63.5%로 크게 증가했다. 여성 또한 69.3%에서 80.7%로 동의 비율이 커졌다. '이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성들도 일해야 한다'는 문항에 동의한다는 비율도 남성 57.2%, 여성 65.4%에서 남성 67.9%, 여성 73.3%로 8~10%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연령별 여성의 고용률은 30대에서 결혼과 가족 형성으로 저조해지면서 이른바 'M자 곡선'을 보여왔는데, 지난해부터는 이런 양상이 사라지고 있다. 2000년에는 30대 초반의 여성 고용률이 47.3%로 최저점이었는데, 2010년까지 0.6%, 2011~2019년 1.3%, 2020년부터는 2.4%씩 매년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여성 고용률 최저점이 40대 초반(65.2%)으로 이동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하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남성의 가사돌봄에 동의하는 비율도 커졌다. 2019년 '남성은 지금보다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응답한 남성은 45.9%, 여성은 76.7%였다. 2025년 '이제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남성들도 시간을 내야 한다'는 문항에 동의한 남성은 68.8%, 여성은 83.9%로 많아졌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올해 연구에서 '수입이 줄어도 아빠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자녀에게 좋다"는 응답이 남녀 모두 50% 넘게 나타났다"며 "수입의 감소를 전제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육아휴직 등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기대되는 응답"이라고 했다.
가족 형성에 대한 지향은 남녀 모두에서 증가했다. '여성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문항에 동의한 남성은 2019년 17.3%에서 올해 34.7%로, 여성은 10.0%에서 19.6%로 상승했다. '남성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남성은 19.0%에서 39.2%, 여성은 12.6%에서 30.0%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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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여성들이 커리어를 원하고 있고, 가족에 대한 지향도 있는 시점에서 '커리어(career) 이후에(then) 가족'에서 '커리어와 가족을 함께 챙길 수 있는(career and family)' 세대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남성의 가족 역할 강화로 변화의 완성이 필요한 시대"라며 "전통적 가족 균형점에서 새로운 가족 균형점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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