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회복 못한 국민의 힘
이재명 체제 리스크 안은 민주당
진영 넘은 통합 리더십이 열쇠
6월 3일의 대통령 선거가 1달 반 정도밖에 안 남았다. 2017년 선거 때는 보궐선거라는 용어를 많이 썼다. 요즘은 조기 대선이 익숙하다.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대통령의 탄핵이 시간 싸움으로 주목받으면서 조기 대선 개념이 일상화됐다. 중앙선관위는 21대 대통령 선거로 명시하고 있다.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을 재임하는 다른 보궐선거와 달리 대통령 보궐선거 당선자는 임기 5년을 새로 시작하기 때문인 점도 있다. 어쨌든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리더십의 교체가 극단의 진영정치를 극복하고 정치혁신을 도모하는 전기가 되어야 할 터이다.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탄핵을 자초한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언행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사저로 돌아가면서 주민과 지지자들에게 '다 이기고 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든가 '어차피 5년 하나, 3년 하나' 대통령 했으면 됐다는 식의 발언 보도를 보면 정말 기가 찬다. 이미 정치적 힘을 잃은 상태이긴 하지만, 반성이 아니라 소수 강경 지지 세력의 환영에 더 빠진 듯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보수 재결집, 자유민주주의 수호, 이재명 집권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은 보수 정당의 생존이나 재결집을 외칠 때가 아니다. 반성과 책임이 필요하다. 정당은 좋은 정치를 위한 수단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퇴보시키고 국민을 크게 실망하게 했다면, 근본적인 성찰로 재탄생하거나 정치 카르텔의 특권을 내놓아야 한다.
선거 경쟁에서도 보수 재결집론만으로 승리하기 어렵다. 보수세력의 결집이 절정에 달했던 탄핵정국에서도 상대적인 소수를 면치 못했던 바를 알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나름대로 중요한 명분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 소구력이 있다. 불신받는 세력이 그것을 내세운다면 오히려 희화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정당의 혁신을 도모할지 모르겠다. 탄핵 정당의 한계로 인해 제3지대 후보들과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일리가 없지 않다. 반명(反明)연대, 개헌연대 등을 기치로 하는 빅텐트론도 거론된다. 기존 양대 진영정치의 극복이라는 취지에는 부합한다. 늘 그렇듯이 제3지대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 가운데, 아직 경쟁력을 가질 만한 정치세력으로는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정국에서 한국정치의 리더십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렇다 보니 현재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 체제다. 민주당 내부에서 아직 후보 3인의 경선이 시작되는 단계지만, 사실상 이재명 후보 체제로 정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지율 선두이면서 그에 대한 비판과 반대 또한 강하다. 반명연대의 배경이다. 선두 주자에 대한 견제에서 비롯된 점도 있지만, 형사피고인으로서 사법리스크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포함돼 있다. '비명횡사' 정치보복을 유튜브 '매불쇼'에서 스스로 확인시켜 주고도, '인생사에서 보복 한번 한 적 없다'고 거리낌 없이 식언할 수 있는 특이한 유형의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의 민주당 운영 방식이 국정 리더십으로 확산할 경우를 상정한다면, 국정의 전체주의화가 심히 우려된다.
탄핵 이후 한국 정치의 과제는 극단적 진영정치의 극복과 통합의 리더십이다. 현재로선 이런 정치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대선 정국이다. 남은 1달 반, 유권자의 관심과 정치 지형이 정치혁신을 이끄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노력하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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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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