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진정된 미·일 관계
예고 없는 관세 폭탄에 흔들려
美불확실한 메시지 日불신 불러
지난 몇 달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우려 속에서 미·일 관계는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미·일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일본 방문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이 재확인되면서 일본 내 불안도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신념은 변함이 없었다. 일단 그는 미국이 일본과 맺은 "흥미로운 거래"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고, 이후에는 관세 폭탄 투하로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90일간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가 잠시 숨통은 틔워줄 수 있겠지만 이처럼 널뛰는 정책 변화는 동맹 관계의 근간을 흔든다. 60년 넘게 유지된 양국의 안보 협력 관계는 경제적 쓰나미 앞에서 무너지게 될 것인가.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25%, 기타 품목에 2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일본은 이미 막대한 경제적 압력에 직면해 있었다. 이는 닛케이지수가 폭락하기도 전부터이기도 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내 일본의 누적 투자를 미화 1조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촉구했으며, 그 예로 총 44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사업을 제시했다.
일본이 2027년까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이행으로 재정적 난관을 겪는 가운데 엘브리지 콜비 국방정책차관 지명자 등 트럼프 내각의 주요 인사들은 일본이 GDP의 3%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군다나 미군 주둔비 분담 협상도 임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진행된 협상 내용을 고려할 때 미국은 일본에 대해 주둔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일본은 전후 안보 원칙에서 벗어나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일본 안보 정책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3대 핵심 전략 문서가 발표되었고 이를 계기로 군사 현대화를 가속하는 동시에, 국방예산을 GDP의 2%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공식 확약했다.
관세 충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일 동맹이 안정적인 기반 위에 놓여 있다는 낙관을 약화시켰다. 동시에 아시아 동맹국이 대서양(미국과 유럽) 동맹 해체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란 믿음도 흔들었다.
미국이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시장에 부과한 관세는 특히 뼈아팠다. 이번 관세 유예 조치가 유지된다면 향후 3개월 동안 이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한 이시바 내각은 트럼프 측 협상팀과 관세율 인하를 놓고 협상에 나서야 하며 협상이 성공한다면 일본 경제에 가해진 고통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입은 상처는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건전한 동맹을 지탱해온 신뢰 역시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외교 관계를 '거래 중심적 접근'으로 전환했다. 일본은 이에 대응해 대미 직접투자 확대와 각종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 일정 수준의 양보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번 관세 정책은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조치다. 트럼프에게 있어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런 방식은 외국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안보 협력을 지속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수출 중심의 일본 경제는 이번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초석'으로 여겨지는 미·일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특히 상대가 다소 소극적인 파트너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일본을 지켜본 이들은 1980~1990년대의 험난했던 미·일 무역 갈등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도 군사 동맹은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오늘날의 위협은 그때보다 훨씬 날카롭고 직접적이며 일본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강력한 군사 역량을 갖추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 도쿄에서 "일본은 공산국가인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데 있어 미국이 신뢰하는 핵심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일본에 부과된 관세는 모든 정책 의제를 덮어버렸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자리에서 양국이 공유하는 전략적 이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경제 기반이 필수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에서 나오는 엇갈린 메시지들은 동맹국들이 이 지역에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중대해지는 안보 위협에 함께 대응할 기회를 가로막는다. 협력 관계가 발전은커녕 유지라도 되려면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국을 '처벌'함으로써 스스로의 전략적 목표를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SCMP 칼럼]트럼프의 경제 쓰나미, 美·日 안보동맹 흔들까](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1614391122305_1744781960.jpg)
엠마 챈렛 에이버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치안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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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ill Trump's economic tsunami undermine the US-Japan security partnership?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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