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사진을 보정하는 작업은 단순 편집에 불과할까, 아니면 2차 저작물을 생산하는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도'의 차이가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데, 법률 전문가가 아닌 신랑, 신부 입장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저작권법 위반의 공모자가 돼 불만이 가시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진 저작물의 경우 피사체의 선정, 구도 설정, 빛의 조절, 촬영 각도, 셔터 타이밍 등 작가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 보호를 받을 수 있고(98다43366),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되려면 원작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돼야 한다(2010다66637). 다소의 수정·증감을 가한 것에 불과하다면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사실상 사건마다 보정된 정도를 판단해야 해서 보정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용에서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원작자가 원작을 보정하는 데 장당 5만 원 이상의 추가 요금을 요구한다. 신랑, 신부는 이 비용을 아끼고자 사설 업체에 보정 작업 의뢰를 맡기는데, 여기서 원작자와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튜디오 업계는 반발한다. 2024년 일부 웨딩 스튜디오는 소비자 동의를 받고 진행된 사설 보정 작업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사설 보정 업체들을 상대로 집단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원작을 생산한 측에서는 "결혼사진에는 구도, 배경, 색감 등 사진작가의 창작적 요소와 노하우가 담겨 있고 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사설 업체에서 보정한 사진이 소셜 미디어(SNS)나 모바일 청첩장으로 유통되면 스튜디오 브랜드의 평판과 작업물의 품질 관리에 악영향을 준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랑, 신부와 사설 보정 업체들은 "소비자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받은 원본을 비상업적 목적으로 보정하는데 이를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 활동 중인 한 사진작가는 "사진작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설 보정 업체가 보완해 주는 셈이니 소비자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간혹 보정 업체들이 작가의 원본 사진과 자신들이 보정한 결과물을 '전후' 비교한 형태로 홍보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작가들이 공들여 쌓아온 구도나 디렉팅 등의 노하우를 무단으로 활용해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진철(53·군법무관 16회) 법무법인 서호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보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2차 보정된 결혼사진이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노출되면서 수백, 수천만 원을 들여 연구하고 촬영하는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창작 의욕이 꺾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동희(41·변호사시험 4회)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결혼사진은 특히 빛의 구도, 인물의 자세 등 작가의 창작적 기여가 크기 때문에 저작물로 보호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저작권은 스튜디오 소속 작가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강 변호사는 소비자가 사설 보정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저작권법상 상업적 이용뿐 아니라 개인적 이용도 무단이라면 침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저작권법 제35조의5에 따라 '공정 이용' 예외로 판단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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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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