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헬기 사고 이후 10여일 만
재난구조만 44년 경력의 조종사
대구에서 추락한 산불 진화 헬기의 기장 정궁호씨(74)는 40여년간 조종간을 잡아 온 베테랑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연합뉴스는 정 기장이 1981년부터 최근까지 44년간 헬기를 조종한 베테랑 조종사라고 보도했다. 정 기장은 1985년부터 25년간 충남·경기경찰청 등 지방 항공대에서 근무하며 크고 작은 재난 구조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인명을 구조해왔다고 전해졌다. 그는 과거 골절상 등을 입은 등산객을 헬기로 구조하기도 했고, 교통량이 증가하는 명절 연휴나 여름 휴가철에는 집에도 가지 못하고 공중 교통관리를 하며 신속한 교통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0년 6월 경찰 복무를 마쳤을 당시에만 해도 그의 총 비행시간은 약 5000시간이었다.
퇴직 후에도 정 기장은 누구보다 재난 현장 옆에 있었다. 2017년부터는 경북 영덕군에 있는 모 항공사로 소속을 옮겨 대구 동구의 임차 헬기 조종에 투입됐다. 그는 산불 헬기를 운용하는 기간에는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은 정 기장을 책임감이 강한 헬기 조종사로 기억했다. 또 헬기 조종을 하는 후배들은 찾아가면 시간을 내 조언을 하거나 밥을 사주는 다정다감한 선배라고 회상했다. 한 헬기 조종사 동료는 "대구에 바람이 꽤 강하게 불었는데 출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고 하니 안타깝다"라고 마음 아파했다.
정 기장은 6일 대구 북구 서변동 한 산불 현장에서 헬기로 불을 끄다 떨어져 숨졌다. 헬기는 동구청에서 임차한 BELL 206L 모델로, 생산한 지 44년 넘은 노후 헬기로 확인됐다.
대구 동구청과 북구청은 정 기장의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기장이 순직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인사혁신처에 순직 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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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 인근 4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을 끄기 위해 투입됐던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해 기장 박현우씨(73)가 사망했다. 해당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으로 담수 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 임차 헬기며,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깝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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