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상위 10위, M7·S&P500 지수 추종 ETF '쏠림'
이들 종목 개미 454억달러 투자, 전체 43.2%
레버리지 투자 집중…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
"시장 부진 시 거주자 평균·지수 수익률보다 더 큰 손실"
한국은행이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향해 '미국 일부 종목에 대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려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미국 주식시장 변동성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학개미가 여전히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아마존·구글(알파벳)·메타·테슬라)' 등 인지도 높은 종목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리스크가 큰 상품에 쏠림 투자를 하고 있어서다. 2022년 미국 통화정책 전환 등으로 미국 증시가 부진할 당시에도 개인투자자는 S&P500지수보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26일 홈페이지 블로그에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를 싣고 이같이 강조했다. 국제투자대조표(IIP)에 따르면 2019년 말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잔액은 152억달러로 기관 포함 거주자의 해외주식투자 전체 잔액 중 4.4%를 차지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말에는 1161억달러로 8배가량 늘었으며 비중도 15.6%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와 은행 및 보험사, 자산운용사를 포함하는 금융기관 투자 잔액은 각각 약 2배 증가했다.
거주자 전체의 미국 주식 투자 잔액 비중은 2019년 말 47.0%에서 2023년 말 63.1%까지 늘었으나 한국예탁결제원(SEIBro) 외화증권예탁결제 자료로 확인한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의 비중은 같은 기간 58.2%에서 88.5%까지 확대돼 전체 평균을 크게 앞질렀다. 이런 현상은 2023년 이후에도 심화해 지난 18일 기준 90.4%까지 높아졌다.
개인투자자는 특정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 미국 상장종목이 투자 잔액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투자 잔액 상위 50위 종목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717억달러로 나머지 종목 잔액 335억달러와 7대 3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상위 50위 종목 중에서도 미국 상장종목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57.0%였으나 18일 현재 96.5%에 달한다.
투자 상위 10위 종목을 살펴보면 M7 종목 대다수와 나스닥100 및 S&P500지수 등을 추종하는 일반·레버리지 ETF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18일 기준 이들에 대한 개인투자자 투자 잔액은 454억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43.2%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다른 나라 투자자와 비교해 레버리지 투자에 집중하는 등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도 가지고 있다. TQQQ와 같은 레버리지 ETF가 인버스 ETF와 함께 7개 종목이 상위 50위 투자종목에 포함돼 있을 정도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지수의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추종하며 인버스 ETF는 역의 배율을 추종하는데, 이들은 수익 변동성이 커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리스크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한다.
그런데 이들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지분율이 일부에서는 40%를 넘기도 했다. 지수가 아닌 테슬라·엔비디아 등 개별 종목 수익률을 추종하는 종목에도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투자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종목 편중과 리스크 추구 투자 성향은 변동성에 취약하다. 미국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일 때 긍정적인 투자 실적을 올리는 동력이 되기도 했으나 반대로 부진할 때는 거주자 평균과 지수 수익률보다 더 큰 손실을 입히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2021년과 2022년 개인투자자의 평가손익이 좋은 예다. 2021년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2020년 상반기부터 이어진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내구재 및 IT기기·서비스 수요가 급등하면서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 여러 종목의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 당시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24.1%로, S&P500지수 연간 수익률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전체 거주자 평균의 두 배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2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인플레이션 확대가 부각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양적완화에서 양적긴축으로 돌아섰는데, 이런 정책 변화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 S&P500지수는 19.4% 하락했다. 이때 개인투자자들은 M7 종목 보유 비중을 정점까지 늘렸는데, 종목별 연중 수익률은 -65~-17%로 대부분 하락 폭이 지수보다 더 컸다. 특히 2020년 하반기부터 보유 잔액 순위 1등을 유지한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은 -65%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22년 개인투자자들은 2021년과는 반대로 전체 거주자 평균은 물론 지수 하락 폭의 두 배에 근접한 수준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대두됨에 따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는 최근 부진한 장에도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해외주식 저가 매수를 이어갔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45억달러를 순투자했다. 이 중 M7(8억달러), 주요 레버리지 ETF(16억달러) 등 미국 상장주식을 40억달러어치 사들였다.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관세정책 리스크 및 예상보다 줄어든 정부 예산 집행 등으로 올해 상반기 S&P500지수가 55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10년간 S&P500 총수익지수 연평균 수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낮은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 2022년의 경우와 비슷하게 주식시장에서 연간 -40%의 평가손실을 입은 후 개별 종목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S&P500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하기로 했을 때,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8.6년을 보유해야 한다. 이 계산마저 보유기간 동안 ETF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연평균 수익률 수준을 유지하거나 넘어선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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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에서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이재민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M7,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이고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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