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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비리 없애겠다더니"…정작 본인이 금품 건넨 이시바 총리 [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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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 일파만파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 혼란 속 당선된 인물
정치자금법 손 보겠다 개혁 카드 쥐었는데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에 논란 가중

이번 주 일본은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초선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인데요. 심지어 이시바 총리가 "상품권 나눠주는 것은 흔한 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거센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프라모델 모으는 소탈한 '오타쿠 아저씨' 이미지로 당선이 됐는데,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죠. 오늘은 이시바 총리와 그와 얽힌 상품권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사람들도 '게루짱'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마인부우 코스프레를 하고 연설에 나서기도 하고, 프라모델 마니아에 아이돌 팬인 모습까지 보여줬죠.


"자민당 비리 없애겠다더니"…정작 본인이 금품 건넨 이시바 총리 [일본人사이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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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총리'에 대한 기사는 여기에


이런 소탈한 모습에 일본 언론도 일본어로 마니아를 뜻하는 '오타쿠 총리'가 탄생했다고 보도했었는데요. 그러나 이런 재미와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건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사건은 지난 3일 일어났습니다. 당 소속 중의원(하원의원) 15명과 이시바 총리가 회식했는데요, 이때 한 사람에게 약 10만엔(98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넸다는 것입니다. 초선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건넨 기념품 차원이었다고 했는데요. 당시 놀란 의원들이 받지 않겠다고 반납까지 했다고 합니다.


"자민당 비리 없애겠다더니"…정작 본인이 금품 건넨 이시바 총리 [일본人사이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018년 돗토리현 구마요시시 피규어 전시관 개회식에서 드래곤볼의 캐릭터 '마인부우' 의상을 입고 연설을 하고 있다.FNN.

이것이 언론에 알려지게 됐는데요. 언론은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내가 자민당 총재(대표)기도 하니까 초선 의원들이 고생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전달한 회식 선물이지 정치활동과 무관하다"면서 여기다 "상품권 배포는 (정계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한술 더 뜨는 발언을 했죠.


사실 이시바 총리의 이 발언은 실언은 물론이고 본인이 어떻게 당선됐는지를 완전히 부정해버리는 발언이기도 한데요. 직전 총리였던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비자금 스캔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정치 파벌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자리로 '파티'를 주선하는데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수장이었던 아베파 등 주요 파벌이 이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으로 판매하고, 여기서 생긴 초과 수익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논란이 일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주요 파벌 소속 의원들이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공천을 못 받았고, 총선에서도 목표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죠. 사실상 자민당 독주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인데요. 결국 기시다 전 총리도 당시 연임에 실패하고 물러나게 되는데요.


이시바 총리는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틈을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당내 비주류이자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구심점이 약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되지도 않았고 딱 당시 상황에 들어맞는 인물이었던 셈인데요. 이시바 총리 본인도 총리에 선출된 뒤 "원점으로 돌아가 정치 개혁에 임하겠다"며 정치자금법을 손보겠다는 등 개혁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죠.


그런 이시바 총리가 상품권도 뿌리고 다니고 심지어 '이건 관례니까 문제없다'라고 말을 하다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실망이 몇 배로 더 클 수밖에 없던 건데요. 이 사건으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지난해 10월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게 됩니다. 야당에서도 사퇴를 요구하기 시작했죠.


"자민당 비리 없애겠다더니"…정작 본인이 금품 건넨 이시바 총리 [일본人사이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가 후쿠시마현 이와키의 오나하마 어시장을 찾아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이번 일을 발단으로 논란은 자민당 전체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쏘아 올린 공'이 된 것입니다. 자민당에서 이런 상품권 뿌리기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것이 알려진 것인데요. 기시다 전 총리도 공저 간담회를 하면 상품권을 나눠줬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쪽도 '간단한 답례는 한 적이 있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강판론'은 정리되는 모양새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퇴진을 요구한 사람도 있지만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적다"며 퇴진론에 불이 붙은 상황은 아니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시바 총리가 퇴진할 경우를 따져보면 나머지 차기 주자들은 매섭습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예선 1위로 무섭게 치고 올라왔던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계승한 극우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었죠. 다시 극우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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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본인이 내건 국민과 한 약속이 이렇게 집권 6개월 만에 깨진 꼴인데요. 일본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며 큰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실제로 지난 비자금 스캔들을 거치면서 점차 자민당 독주 체제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겠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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