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합에도 고령층 사각지대 여전
"디지털 온누리? 할머니들은 못 써. 손이 굼떠서 안 돼"
지난 16일 찾은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청과점을 운영하는 신영례씨(82)는 디지털 온누리 애플리케이션(앱)을 두고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하거나 결제를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신씨는 "앱 이런 건 불편하고 어려워서 쓸 줄 모른다"며 "종이상품권만 받는다"고 말했다.
이달 초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이 출시됐지만, 고령층 소상공인들이 앱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부문에서 사용자 편의가 높이기 위해 '디지털 온누리'로 기존 카드형과 QR결제를 통합했다. 특히 지난해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류형 상품권의 발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디지털 상품권 활용을 확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사각지대에 위치한 고령층 상인은 여전히 소외된 상태로, 온누리 상품권 판매에 비해 사용처 확대·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시장 및 상권활성화구역의 판매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온누리 상품권 본래 취지의 실효성도 떨어진 모습이다. 일부 고령층 상인들은 디지털 온누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상점 손님들에게 지류형 상품권만 받는 것이다. 통인시장 방앗간 사장 80대 김모씨는 "80살이 넘은 사람이라 복잡한 앱 같은 거 내가 안 한다고 했다"며 "종이 상품권만 받고, 차라리 곡식을 덤으로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통시장의 상인 연령은 높아지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전통시장 점포주의 평균 연령은 60.8세로 2021년 59세보다 크게 올랐다.
통합 앱 '디지털 온누리'가 생긴 지 모르는 경우도 파다하다. 청과점 사장 60대 이춘화씨는 "앱 사용이 깐깐하다"며 "앱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옛날에 청년 관리자가 나와서 깔아준 걸 그대로 쓰는 중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누가 와서 새 앱도 깔아주고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령 상인이 모인 상권의 경우, 온누리 가맹점 등록이 저조한 것도 문제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지하상가 관계자 오경수씨(74)는 "가맹점 등록이 안 된 곳이 좀 많다"며 "여기 상점 업주들이 보통 60~70대인 탓에 앱을 신청해 사용하는 곳이 적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1~8월 기준 전국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신규등록 수는 9129곳이다. 이는 2023년 1만3373곳, 2022년 1만2154곳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지금 뜨는 뉴스
이에 따라 고령 상인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문용필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디지털 앱의 혜택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디지털 정보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앱 다운 절차들이 스마트폰마다 다른 점을 고려해 맞춤형 홍보를 하고, 전통시장 상인회나 관련 기관에서 디지털 온누리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서 수습기자 lib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