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美 이용 위해 설립…대응할 것"
오락가락 관세 비판엔 "조정할 권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방아쇠를 당긴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에 '맞불 관세'를 놓은 유럽연합(EU)과 캐나다에 재보복 방침을 시사했다. 관세 발효, 유예를 수 차례 반복하며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편다는 지적에는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각국에 대미 무역흑자 해소 방안을 가져 오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EU의 관세 조치에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문제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봐라. EU는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날 자정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발효했다. 이에 맞서 EU는 4월부터 280억달러(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쇠고기, 오토바이, 위스키 등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도 13일부터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컴퓨터, 스포츠 장비, 주철 제품 210억달러(약 31조원) 상당에 25% 관세를 발효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원인이 그동안 공급 과잉 문제를 외면한 EU 등에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는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라며 "난 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유연성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월2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서 훔쳐 가고, 미국의 무능한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가) 훔쳐 가도록 한 것들의 상당 부분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예고한 4월2일 상호관세 발표 시점 전까지 각국에 대미 무역흑자 해소 방안을 가져 오라는 압박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아일랜드와의 무역적자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아일랜드가 매우 똑똑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일랜드와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며 "그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던 (미국) 대통령들로부터 우리 제약사들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마틴 총리는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가 이전보다 미국 투자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관세 폭격을 쏟아붓는 가운데 각국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EU와 캐나다는 미국을 상대로 즉각 보복에 나섰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이 관세를 때릴 때마다 보복 조치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부 장관은 이날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캐나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최근 관세로 미국 행정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무역 파트너십에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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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멕시코는 맞대응을 자제하며 대미 협상을 통한 관세 회피에 힘을 쏟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있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호관세가 부과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4월까지 기다렸다가 상호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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