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율, 경상성장률(3.8%) 보다 낮게 관리"
가계대출 잔액 단순 계산시 연 62.7조원…월별 5.2조원 이내여야
지난달 4.3조, 1·2월 평균 1.7조…아직 위험수위 아냐
토허제 해제 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고가 거래 늘어 주의
주택 거래, 가계대출 추이 핵심…추세 확산 '예의주시'
한국은행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다시 들썩이는 주택 거래량에 주목하고 있다. 주택 거래량 증가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펼 때 눈여겨봐야 하는 가계부채의 규모를 키우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통상 주택 계약 2~3개월 후 잔금 대출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주택 거래량 증가는 향후 가계대출 증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명목 GDP는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금융권(은행+비은행) 가계대출 잔액 1650조원에 이를 단순 적용해 계산하면, 올해 가계 빚은 62조7000억원 이상으로 늘어선 안 된다. 월별로는 5조2000억원 이하로 관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 9000억원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다만 지난달 증가는 대체로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연초 은행권 대출 취급 재개와 이사철 수요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증가 폭을 키운 영향이 컸다. 1월 말 설 연휴가 이어지면서 대출분이 2월 초에 한꺼번에 집계된 기술적인 영향도 받았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1·2월 평균으로 보면, 은행·비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1조7000억원 수준"이라며 "아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난 가계대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달부터 다시 들썩이고 있는 주택 거래량, 정확히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월 3000건 대로 안정화됐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달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다시 증가 폭을 키웠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뿐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까지 집값이 뛰고, 매매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450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1일 신고분까지 반영한 것으로, 이달 말까지 남은 신고 기한을 고려하면 5000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준 삼을 수 있는 2010년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장기평균은 5600건 내외다.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지난해 7월엔 9224건까지 급증했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늘어난 거래는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주택을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지난달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3억1570만원까지 뛰었다. 높은 거래가격은 거래량 증가와 함께 향후 주담대 증가 폭을 키울 또 다른 요인이다. 이는 고스란히 가계대출 증가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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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주택 거래량 증가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의 핵심 요인은 주택 거래량 증가"라며 "특히 거래량이 증가한 기간과 지역 확산 추이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는 주택 거래 증가 지속 기간과 여타 지역으로의 확산 범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아직은 주택 거래가 대기 수요를 소화한 후 주춤할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할지 등이 불확실하나 이는 오는 4~5월 가계대출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인이어서, 정부와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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