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자국 산업 보호 앞에 자유무역은 없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1109090062413_1741651741.jpg)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중국 비야디(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지 두어 달이 지났다. "최대한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도로를 달리는 BYD 차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BYD가 국내 판매를 위한 사전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탓인데, 아직도 언제부터 판매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간 사정은 이렇다. BYD는 지난 1월 전기차 출시를 위한 인증 절차는 마무리했지만, 정부가 지정하는 보조금 지급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배터리 충전량 정보(SoC)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BYD 아토3에는 이 기능이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BYD측은 향후 1년 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부랴부랴 지난달 말에 제출했다.
정부가 요구한 기능이 빠져있으니 사후에 적용하겠다는 BYD의 계획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해당 기능이 없는 차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BYD에 보조금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BYD는 출고 지연으로 사전 계약 고객에게 30만원의 충전비용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불거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7일 BYD에 대해 개인정보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차량이 무선 통신망과 연결돼 있어 고객이 입력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인데, BYD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중국 IT기업 텐센트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다고 밝혀 국내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BYD는 향후 딥시크의 인공지능(AI)을 자율주행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할 계획으로, 개인정보 보안 문제는 BYD가 계속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게 됐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배터리충전량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인정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가 분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처음 진출하는 중국 차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허들을 높게 세운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런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은 세계 각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유럽(EU)은 지난 5일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 행동계획, 이른바 '액션플랜'을 공개했다. 18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제조업체의 생산라인 확대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도 완화하고 과징금 부과도 3년간 유예키로 했다. 정책이 아닌 계획인 만큼 구속력은 없지만, 추후 입법을 예고해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를 활용해 자국 내 경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멕시코를 상대로 한 자동차 관세를 한 달 유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유예는 없다"며 자국 내 생산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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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이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그 전선은 확대될 것으로 자명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은 지금껏 최선을 다해 자유무역을 신봉해왔다. 하지만 자유무역의 원칙이 흔들리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태도와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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