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지자체 재난기금·건보 재정 등
“불필요 혈세 지출…의정 갈등 해소를”
지난해 의료공백 사태로 최소 3조3,000억원 이상의 국민 세금(국민건강보험 포함)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졸속적 정책 추진이 불필요한 재정 출혈을 초래한 셈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공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총 2,040억원(3월 1,285억원, 5월 755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지원했다. 이 예산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당직 수당, 상급종합병원 신규 의료인력 채용 인건비, 군의관·공중보건의 파견 수당 등으로 사용됐다.
올해 전공의 지원 예산은 총 27조6,831억원으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교육·수련지도 전문의 수당 ▲전공의 수련 수당 지원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의료공백이 지속돼 전공의 복귀가 지연될 경우 해당 예산 대부분은 불용 처리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의료공백 수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도 활용했다. 지난해 2월 ‘보건의료 분야 국가 핵심기반 마비’를 재난으로 판단, 각 지자체에 484억원의 재난기금을 집행하도록 했다. 이후 의료공백이 장기화되자 9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 재난기금을 ▲응급실 비상 인력 채용 ▲의료진 야간휴일수당 지원 ▲비상진료 의료기관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는 추가로 1,712억원을 투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해 1조3,490억원이 사용됐다. 건강보험 재정은 ▲응급환자 신속 전원 ▲중증환자 신속 배정 ▲응급실 진찰료 지원 ▲추석 연휴 비상진료 지원 등으로 쓰였다. 지난해 5월부터 매달 평균 1,760억원이 투입된 셈인데, 문제는 현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매월 유사한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의료공백으로 인해 의료 수입이 급감한 수련병원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1조4,844억원을 선지급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의료기관이 경영난을 처하면서 건강보험을 선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일으킨 의료대란으로 불필요하게 국민 혈세가 지출되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까지 무리하게 동원되고 있는 만큼 의료대란으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여야의정협의체를 재구성해 의정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강성수 기자 soo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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