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막으려 공중서 화재 지연제 살포
식별 쉽도록 밝은 분홍색으로 제작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소방 당국이 화재 지연제를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재 지연제로 LA 산불 현장이 온통 분홍빛으로 뒤덮이자 온라인상에선 안정성에 대한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USA 투데이 등 외신은 캘리포니아주 LA 대형 산불을 진압하는 소방 당국은 비행기 9대와 물을 투하하는 헬리콥터 20대를 동원해 현장에 붉은색 화재 지연제를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LA 산불 현장을 물들이는 분홍빛 액체는 '포스 체크(Phos-Chek)'로 불리는 화재 지연제다. 화재 지연제는 일반적으로 식물 등 연소가 가능한 곳을 코팅해 산소가 연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재 전에 분사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소방관들이 식별하기 쉽도록 밝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폴리인산암모늄을 포함한 화학 물질 혼합물로 구성돼 있으며, 물보다 오래 재료에 붙어있어 불길의 확산을 늦추거나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방 당국은 이번 LA 산불 현장에 대형 비행기 9대와 물을 투하하는 헬리콥터 20대를 동원해 화재 지연제를 살포했다. 강풍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화재 지연제 살포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재 지연제는 이름 그대로 소방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거나 더 화재 선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방어선 역할 정도만 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빠르게 불길을 진압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산불 현장이 분홍빛으로 뒤덮이자 온라인상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미정부와 화재 지연제 제조 업체는 포스 체크는 환경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연방 기관의 테스트를 통과한 후 USDA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제조업체 측은 자사 홈페이지에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USDA는 물고기 등 어류에 대한 위험성을 언급하며 포스 체크를 수로 측면에서 300피트(약 90m) 떨어진 곳에 살포하도록 하고 있다. 단 화재가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고 자연 자원에 대한 피해 위험이 수생 생물에 대한 위험보다 클 때는 예외로 두고 있다. 화재 지연제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 결과도 나왔으나, 제조업체 측은 이를 반박했다.
소방관의 고군분투에도 여전히 불길 확산 중
한편 지난 7일 시작된 LA 일대 산불은 한때 7개까지 늘었으나 현재는 3개로 줄었다. 12일 기준으로 남은 3개의 산불 중 허스트 산불은 89%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지만, 팰리세이즈와 이 산불은 각각 13%, 27% 진화에 그쳤다. 강풍이 불면 또다시 불길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소방관들의 고군분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LA 일대는 소화전이 마르면서 진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소방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화재가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고지대 물 저장 탱크와 공급 펌핑 시스템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LA 소방 당국은 해수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해수의 염분 성분이 물 투하기와 소방 펌프 등 금속 장비를 손상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더불어 담수보다 전하를 더 잘 전달해 소방관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여기에 토양의 염분이 높아져 식물의 삼투 작용을 방해하고 토양을 독성으로 만들어 묘목 성장을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어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쓰이지는 못한다. LA 카운티 검시관실은 12일 공식 자료를 통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사망자가 24명으로, 실종자는 16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실종사 신고 센터를 만들고 피해 지역에 대한 수색에도 나선 만큼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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