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찬성 192명 가결
최상목 대행 국정혼란 불가피
국힘, 탄핵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민주, 국무위원 탄핵 지속할 수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이 통과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한 대행의 탄핵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92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탄핵안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에 의결 정족수를 국무총리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명)으로 명시했다. 우 의장은 "이 안건은 국회법 제30조 제2항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표결하도록 하겠다"며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 소추안으로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우 의장의 결정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모여 "원천무효" "직권남용" "의장사퇴"를 외치며 항의했다. 앞서 한 대행의 탄핵안 의결 정족수를 두고 여야는 대립했다. 민주당의 151명을 주장한 데 이어 국민의힘은 한 대행을 대통령의 자격으로 찬성 정족수 200석을 주장하며 맞섰다.
한 대행은 자신의 탄핵 통과 직후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를 수령하면 한 권한대행 직무는 정지된다. 국회의장실은 "우 의장이 이날 오후 5시 20분께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는 공식 정지됐다"고 밝혔다.
최상목, 사상 초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국정 혼란 불가피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국정 혼란의 파장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당장 최 부총리가 권한 대행을 행사하더라도 대외 경제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장 원·달러 환율은 이날 현재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47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1인 3역을 감당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로 당장 외교·국방·안보 분야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다. 최 부총리는 이날 "한 대행이 탄핵당할 경우, 국민경제와 국정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국내 정치적 혼란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부총리는 당장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상계엄 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 및 헌법재판관 3인 임명 여부를 직접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한덕수 탄핵 무효 주장…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탄핵 가결 직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108인은 청구 취지에 "한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사유는 헌법상 탄핵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탄핵 사유 자체는 법률적·헌법적인 위반이 전혀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총리로서 법률안거부권 행사 건의, 비상계엄 국무회의 심의 반대,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등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수행한 직무이지 탄핵 사유라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헌적 해석"이라며 "피청구인의 이 같은 행위는 청구인들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며, 국민대표권을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의 행위는 원천 무효로서 청구인들의 국민대표권 및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한 행위로 무효 선언 및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탄핵 끝 아냐...국무위원 연속 탄핵 가능성도
야권에서는 만약 최 부총리가 특검법 등 공포에 대해 반대할 경우 추가 탄핵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 부총리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민주당은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헌법재판관 3인을 즉시 임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 의전서열 4위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된다.
민주당이 국무위원 탄핵 카드를 내비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시작한 국정 혼란이 지속될 경우 경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정 혼란의 원인을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 지목하면서 권한대행 탄핵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5인 이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이어질 경우 국무위원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무회의 규정 제6조 1항에 따르면 국무위원 회의는 국무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다.
국무위원은 대통령을 포함해 총 21명이다. 현재 대통령, 국방장관, 행안부장관, 국무총리 등 6명이 공석으로 앞으로 5명이 추가로 탄핵될 경우 남은 국무위원은 총 10명이 돼 회의를 열지 못한다. 국무위원 회의를 개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 이송 법안이 자동 공포된다. 민주당으로선 각종 법안을 야권 주도로 시행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민생 경제의 후폭풍을 고려해 현재로선 실행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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