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무관 정보 요구시 과태료
면접에서 질의는 금지 제외 대상
국회, 개인정보 질문 금지법 발의
지난 9월 한 중소기업 입사 면접에 참석한 김모씨(28)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면접 도중 부모님의 직업을 묻는 질문이 들어와서였다. 김씨가 아버지의 직업을 밝히자 재직 중인 회사명을 묻는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김씨는 "합격을 위해 얼떨결에 대답했다"면서도 "직무능력과 아버지 직업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해했다.
개정 채용절차법 시행 5년이 지났으나 면접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묻는 행위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시 직무와 무관한 질문은 금지하도록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채용절차법 관련 신고로 점검을 받은 5542개 사업장 중 1143곳이 채용절차법을 위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전체 430건 가운데 59.6%(254건)가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부터 시행한 개정 채용절차법은 기업이 구직자에게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키와 체중, 출신 지역과 부모님 및 형제자매의 직업 등이 요구 금지 사항에 해당한다. 해당 정보를 수집해 채용에 활용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면접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를 묻는 것은 처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기초심사자료에 개인정보 기재를 강제하는 행위만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질문 형태로 구직자의 개인정보를 묻는 행위는 처분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라며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본질은 같으나 묻는 방식에 따라 규제가 달리 적용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의 허점 탓에 구직 현장에서는 면접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묻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이모씨(32)는 "개인 병원에 이력서를 제출하니 2곳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며 "그러나 두 곳 모두 면접 시작과 동시에 결혼 계획이 있냐고 묻더니 연락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면접을 악용하는 경우가 늘자 국회에서도 '개인정보 질문 금지법'을 발의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은 면접에서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해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 규정을 갖추는 데 방점을 뒀다.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과 재산 정보를 묻는 것이 일종의 취업 갑질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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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전문가는 채용절차법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법인 돌꽃의 김유경 노무사는 "현행법상 입사 서류에 직무 연관성이 없는 정보 기재를 강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처벌 또는 노동청 신고가 가능하다"며 "구직현장에서는 여전히 민감 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입법 보완을 통해 법적 한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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