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려서 손톱 못 깎으신다고"
빵과 떡 나누며 인연, 조회수 100만
6·25 참전용사인 90대 노인이 네일샵을 방문하자 정성스럽게 손톱을 깎아줬다는 미담이 온라인상에 전해져 화제다.
1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손톱 깎으러 네일샵에 찾아오신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영상은 경기도 안양 한 네일샵 사장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것이다.
사장 A씨는 지난 10월 '손톱 깎아 달라는 할아버지'라는 제목으로 처음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A씨가 노인의 손톱을 정성스럽게 다듬는 모습이 나오는데, 자막으로는 "손이 떨려서 (손톱을) 못 깎으신다고 지하철 타고 (네일샵까지) 오셨더라"라며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났다"고 설명이 나왔다.
노인은 다듬어진 손톱을 본 뒤 "예쁘다"고 감탄한다. 이후 그는 영어로 "하우 머치(How much)?"라고 물었고, A씨는 "30분 미만이라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인은 "그냥 가면 안 된다. 30분을 끌었다고 하자"며 "내가 주고 싶은 대로 주겠다"고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A씨의 만류에도 노인은 "다음에 또 오겠다"며 돈을 건넸다. A씨는 이 돈을 두고 "세 번 (네일을) 하러 오실 수 있는 돈이었다"라며 "다음에 또 오셔야 한다. 감기 조심하시라"고 손님을 배웅했다고 한다. 해당 영상은 9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A씨는 지난달 21일 노인의 두 번째 방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는 노인 손님의 정체도 공개됐다. 그는 올해 93세인 할아버지로, 6·25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A씨의 네일샵을 지나갈 때마다 손님이 없는 매장 모습을 보며 월세 걱정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첫 방문에서 5000원 주시고 두 번 더 공짜로 깎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또 1만원을 주고 가시더라"며 "혹시 발톱은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실까 봐 발톱을 왜 안 깎으시냐 여쭸더니, 아직 괜찮다고 하셨다. 다음에는 발톱도 깎아드린다고 했다"고 전했다.
영상에서 노인은 "(손톱이) 예쁘다. 참 예쁘게 깎는다. 나는 이렇게 못 깎는다"고 연신 칭찬한다. A씨는 "할아버지가 손톱 깎는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 하자, 노인은 "고맙다"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세 번째 영상이 공개됐다. 이번에는 노인이 쓰고 온 6·25 참전유공자 모자도 함께 공개됐다. 노인은 이번엔 계란빵을 사와 A씨와 손님들에게 나눠줬고, A씨도 떡을 나누며 훈훈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A씨는 "할아버지 댁은 (네일샵에서) 2ㅐ분 거리인데, 매주 목욕 나오실 때 우리 가게를 지나신다"며 "그때 눈이 마주치면 제가 들어오셔ㅓ 따뜻한 차 한잔하고 가시라고 말씀드린다. 수줍게 들어오셔서 625 전쟁 이야기보따리를 한참 풀고 가신다"고 했다. 해당 영상은 10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노인분들이 손톱, 발톱 깎기를 참 어려워하신다. 피도 많이 본다. 저도 할아버지 돌아가기 전까지 해드렸다"라며 "우리 할아버지도 유공자셨고 살아생전에는 정말 용모에 신경 쓰던 분이셨다. 할아버지가 그립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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