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주일가 37명 세무조사 착수
회사 돈으로 해외 호화주택·슈퍼카·요트 구입해 사적 사용
'알짜 일감' 아들·딸 회사에 몰아주기도
제조업체 A사의 사주는 자녀에게 자금을 지원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 B의 주식을 미리 취득하게 했다. 이후 실제 B사를 상장시켰고, 사주 자녀는 취득가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막대한 주가 상승이익을 얻었다. 또 사주 본인은 A사의 대규모 수주계약 체결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제3자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산 뒤 이를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사주는 이를 통해 대주주가 부담해야 하는 양도소득세도 회피했다. 국세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상장 이익 등 사주 일가의 불공정 자산 증식 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미공개 기업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거나 회삿돈을 사적 유용하고 알짜 일감을 자녀 등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한 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는 '투자→성장→정당한 이익배분'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역행하는 일부 기업과 그 사주 일가의 일탈 행위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고자 한다"며 "기업 보유자산과 미공개 기업정보를 이용해 사주 일가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불공정 행태는 소비자, 소상공인, 소액주주 등 서민과 상생하는 건강한 자본주의 체제를 왜곡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대상 유형은 ▲회삿돈을 내 돈처럼 사용(14개) ▲알짜 일감 몰아주기(16개) ▲미공개 기업정보로 부당이득(7개) 등 총 3가지다. 우선 국세청은 기업공개(IPO)와 신규 사업 진출 등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은 기업 및 사주 일가를 겨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 소액투자자 등 서민과 함께 나눠야 할 주식 가치 상승의 과실을 독점하면서도 관련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등이 5년 내 상장해 주가 상승 이익을 얻은 경우 자녀에게 증여세가 과세된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사주 일가는 상장과 인수·합병 등이 예정된 비상장 주식을 취득하여 취득가액 대비 평균 20배의 주가 상승 이익을 얻었다.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며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이를 정당한 비용으로 위장해 세금을 회피한 기업 및 그 사주 일가도 있었다. 이번 조사 대상자에는 일반소비자인 서민을 상대로 얻은 기업 이익으로, 해외 호화주택·스포츠카 등 고가의 법인 자산을 취득해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사주 자녀의 해외 체류비·사치비용을 법인이 부담하는 '도덕적 해이'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이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가 있는 재산 규모는 고급 주택·고가 사치품 등 총 1384억원이다.
돈 되는 알짜 일감을 '아들·딸 회사'에 몰아준 기업 및 사주 일가도 세무조사 대상이다. 이들은 사주 자녀에게 알짜 사업을 떼어주거나 고수익이 보장된 일감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사주 자녀에게 '재산 증식 기회'를 몰아주며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했다. 이번 조사 대상 자녀들은 증여받은 종잣돈 평균 66억원을 시작으로, 부당 지원 등을 통해 5년 만에 재산이 평균 1036억원(최대 6020억원)으로 증가하였음에도 세법에서 정하는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민 국장은 "그동안 수집된 대내외 정보자료와 금융추적·디지털 포렌식 등 가용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예외 없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며 "이번 조사 이후에도 소비자, 소상공인·중소기업, 소액투자자 등 서민들에게 직간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사주 일가의 불공정 행태에 대해서는 상시 예의주시하고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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