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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테슬라가 언제까지 중국의 호의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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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대변지 역할을 하는 인민일보는 쉽게 외국 기업을 칭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인민일보는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 전기차(EV) 제조사 테슬라가 중국 내 EV 붐에 기여했다는 찬사의 사설을 게재하며 이러한 전통을 깨뜨렸다.


‘화핑’(華評·중국 논평)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이 사설은 중국 당국이 테슬라가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고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테슬라가 중국 내 전기차 공급망 성장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사설은 중국이 올해 전기차 1000만대 생산을 기념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국이 되는 데 있어 테슬라가 ‘메기(catfish)’로서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설은 중국 내 다른 매체에도 대거 인용돼 보도됐다.


[SCMP칼럼]테슬라가 언제까지 중국의 호의를 받을 수 있을까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점프하고 있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 CEO를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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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설은 국내 독자들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개방이 향후 국가이익 증진에 있어 이로우며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의 성과를 홍보할 때 해외 기업의 기여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무시해온 기존 국영 매체의 전형적 서사에서 벗어난 내용이다.


또한 이 사설은 테슬라와 같은 해외 브랜드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해외 브랜드들에 대한 비판, 조사 등이 확대되고 있다.


한때 중국 내 일부 정부 기관에서는 테슬라 차량이 스파이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차량을 금지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덜 ‘애국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이 자신을 애플 팬이라고 말해왔음에도 말이다.


이번 사설은 중국의 ‘개방’ 프로세스가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주요 신문에 실렸다. 이러한 주제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부분에서 특히 민감하다. 테슬라는 아직 중국 차량에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 역시 아이폰의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는 포인트인 인공지능(AI) 기술 ‘애플 인텔리전스’를 언제, 어떻게 중국 본토에 출시할 수 있을지 대기 중이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관세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이 여전히 개방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유지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예시로 테슬라를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이 지난해 테슬라의 전체 생산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그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해외로 수출됐다는 점이라고 사설은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주장해온 ‘디커플링’ ‘디리스킹’(위험 완화) ‘프렌드 쇼어링’ 등의 이야기 속에서 테슬라가 이상적인 반대 서사가 되도록 만든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따라 향후 미국이 자국 기업들에 중국 사업을 축소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왜 기업들이 중국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


해당 사설은 테슬라에 대한 내용이지만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은 머스크 CEO는 이제 그의 최측근 조언자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록 외부 자문직이긴 하나 머스크 CEO에게 정부의 재정 낭비를 감독하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을 맡겼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 2기 내각에 발탁된 ‘반(反)중국 매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중국의 신뢰가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으로부터 레드카펫 대우를 받아온 머스크 CEO는 베이징이 백악관에 접근할 수 있는 우선적인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 CEO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의 중국 사업이 직면한 정치적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도전으로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더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인 상태다. 비야디(BYD)는 이미 판매량 기준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브랜드로 올라섰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인 샤오미 역시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 첫해인 올해 10만대 이상 출하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테슬라를 칭찬한 공산당 대변지인 인민일보는 사실은 중국의 전기차 붐을 찬양하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 CEO의 말이 트럼프 당선인의 귀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이러한 ‘윈-윈’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SCMP칼럼]테슬라가 언제까지 중국의 호의를 받을 수 있을까

저우신

SCMP 테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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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Tesla is the poster child for foreign success in China. Can it sustain the goodwill?’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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