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칩 'DQ-C' 개발 후
텐스토렌트와 손잡고
1년 반만에 새로운 도전
레고블록처럼 조립하는 '칩렛' 기술
하나의 칩에 여러개 반도체 조립
생산 비용 줄이고 기능 다양화 강점
SoC센터, 가전전용 칩 설계
33년 전용 칩 설계 노하우 축적
가전용 반도체 선두주자 결실
LG전자가 현재 야심작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가전용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칩렛’ 기술을 입힌다. 가전제품 안에 탑재돼 제품의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구동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칩을 칩렛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2월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자체 온디바이스 AI칩 ‘DQ-C’를 만든 후 약 1년 반 만에 나서는 또 다른 도전이다.
든든한 우군도 얻었다. ‘반도체의 전설’이라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캐나다의 유명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힘을 보탠다. 지난해 중순께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의기투합’은 최근 수장들이 대면하고 손을 맞잡으면서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들어 칩렛 기술을 접목한 가전 맞춤형 온디바이스 AI칩을 개발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16일 AC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에서 열린 ‘제8회 AI반도체포럼’에서 개발 사실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약 보름만인 지난 7일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조주완 LG전자 CEO와 켈러 텐스토렌트 CEO가 양사의 주요 임원진들을 대동하고 만났다. 양사의 수장이 만나 손을 맞잡은 만큼, 칩렛을 통한 AI칩 개발은 앞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발 동태는 텐스토렌트가 자사 고유의 기술을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LG전자가 가전용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는 텐스토렌트의 칩렛 기술을 주목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텐스토렌트는 낮은 가격에 전력은 효율적으로 쓰고 성능을 높일 미래의 반도체 기술로 칩렛을 낙점하고 회사의 간판으로 삼아서 개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 노하우를 앞으로 LG전자에 제공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가 구성한 칩 설계는 삼성전자, 인텔,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맡겨져 실물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LG전자는 이 칩을 우선 TV에 활용할 방침이다. 칩을 통해 TV는 화질과 음질 부분이 개선되고 가전에서는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이후 더욱 다양한 가전 분야에 도입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칩렛
칩렛은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반도체를 조립하는 기술이다. 웨이퍼를 깎아서 만드는 기존의 제조 기술보다 생산성이 높고 기능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칩렛은 전문가들로부터 ‘레고 같은 패키지(Lego-like package)’라고 불린다.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칩에 탑재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이들이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블록들을 조립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레고와 닮아서다. 업계에선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실제로 레고에 착안해 칩렛 기술을 구상해냈다는 후문도 있다.
칩렛은 무엇보다 칩을 생산하는 비용을 줄이고 성능은 높여 매우 효율적이란 이유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칩렛은 그 안에 구성되는 모든 칩을 미세 공정을 거쳐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가령, 하나의 칩에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S램, 모뎀 등이 조립될 경우, 그중에서 CPU만 4나노미터(nm·10억분의1m) 공정을 통해 세밀하게 제작되고 나머지 칩들은 7~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져도 전체 칩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수준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아직 AMD와 인텔, 텐스토렌트 등을 제외하곤 칩렛 기술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기업은 몇 안 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은 세계 칩렛 시장 규모가 2022년 65억 달러(약 9조1273억원) 수준이었지만, 2028년이 되면 1480억 달러(약 207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협력을 통해 얻은 확신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 맞춤형 AI칩에 칩렛 기술을 적용하면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겠다고 확신을 지난해 6월께 얻었다고 한다. 당시 LG전자는 텐스토렌트로부터 자사의 프리미엄 TV 등에서 AI, 고성능 컴퓨팅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텐스토렌트의 AI 및 RISC-V CPU 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특히 TV Soc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칩렛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텐스토렌트의 칩렛 기술을 실제 TV Soc에 적용해보는 실험을 했고 이때 나온 결과에 대해 LG전자가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가전은 ‘만능’을 요구받고 있다. 제품 하나가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길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다. 세탁기가 건조기가 갖고 있는 기능들까지 모두 흡수하길 바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가전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칩으로선 칩렛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LG전자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칩렛은 연산, 저장, 통신 등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체를 하나로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에 가전제품이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팹리스’의 길 닦은 SoC센터
LG전자는 이번에 개발 중인 가전용 온디바이스 AI칩 등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이력을 남기며, ‘가전용 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SoC센터가 만든 성과다. LG전자는 CTO부문 산하에 SoC센터를 두고 하나의 ‘팹리스(Fabless·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처럼 운영하고 있다. SoC센터가 연구해서 만든 칩 설계는 삼성전자, TSMC, 인텔에 위탁 생산을 맡겨 실물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센터의 모태는 1992년 세운 금성 중앙연구소 주문형 반도체(ASIC)센터다. 센터는 약 33년간 가전용 칩 설계 노하우를 축적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기도 했다. 1997년 DTV 칩셋, 2005년 지상파/위성 DMB칩, 2008년 LTE칩, 2016년 4K/8K 화질 칩과 OLED TV칩을 만들었다. 모두 세계 최초였다. 지난해 2월에는 가전용 온디바이스 AI칩인 ‘DQ-C칩’을 내놨다. 센터가 3년 이상 연구·개발해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가전 전용 AI칩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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