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투하된 식량 패키지 파편에 사망
가자 난민들 "도움 아닌 존엄을 원해"
전쟁이 한창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촌에서 3살 아이가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 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을 바라보다가 파편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팔레스타인 소년 사미 아야드(3)가 3일 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에서 나무판자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구호품이 떨어졌다"며 "손주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잠시 곁을 떠난 순간 구호품이 손주에게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낙하하는 구호품을 바라보고 있던 아야드는 운반용 나무판자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여기엔 병원이 없다. (상처를 입은) 손주를 안고 미친 듯이 달렸지만 결국 죽었다"고 토로했다. 아야드의 부친도 "아들은 낙하산을 보라고 말하면서 서 있었다"라며 "아들은 낙하산이 가까이 오는 걸 보고 도망쳤다"고 했다. 아야드의 가족도 투하되는 구호품에 맞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아야드의 이모, 사촌들도 얼굴이나 발 등에 파편을 맞아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현재 국제 사회는 고립된 가자지구 난민들에게 수송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구호품을 투하하고 있다. 식량난 위기를 맞닥뜨린 난민들을 위한 조처였지만, 예기치 못한 비극이 벌어지자 난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우리는 도움을 원치 않는다. 존엄을 원한다"며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 국가들에게도 모욕과 수치를 받고 있으며, 이젠 이걸로 충분하다. 이들은 우리에게 아무 자비도 없다"고 했다. 아야드의 삼촌은 "우리의 삶은 수치, 죽음, 공포뿐"이라며 "우리는 인간이지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려 줘야 할 동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아야드가 숨진 날 아랍에미리트(UAE) 항공기가 식량 패키지 81개를 공중에서 투하했다고 밝혔다. CNN은 UAE 당국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난민촌에서 UAE 국기가 표시된 구호품 나무 상자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재 식량 등 구호품 투하 작전은 미국, 영국, UAE 등이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 민간협조관(COGAT) 통계에 따르면, 지난 수개월 간 가자지구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은 약 1만개다. 그러나 공중 투하로 조달할 수 있는 구호품 수는 난민에 비해 지나치게 한정적이며, 때때로 구호품이 엉뚱한 지역에 떨어져 난민들을 위협한다는 부작용도 있다.
한때 미군과 영국군은 해안을 통한 상륙 작전으로 구호품을 대거 수송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실제 지난 5월 중순 대규모 이동형 부두가 가자지구의 해안가에 접근했으나, 기상 조건 악화로 실제 설치에는 실패했다. 결국 미군은 지난 7월 해당 작전의 공식 종료를 발표했다. 인권 단체들은 현재 이스라엘군이 통제하고 있는 육상 구호품 반입 통로를 열어야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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