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재산분할, 각각 역대 최고액
"'특유재산', 일반 민사서 입증 더 까다로워질 것"
"위자료 20억은 이례적…산재 등 민사와 형평성 문제"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가 나오면서, 이번 재벌가의 이혼소송이 일반 이혼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4일 법조계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가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불복하고 대법원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최 회장이 지급할 위자료와 재산분할 규모를 1심과 비교해 각각 20배로 늘렸다. 앞선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는 1억원, 재산분할은 665억원이었다. 법조계는 "법원이 인정한 액수 등이 이례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재벌가의 이혼소송이 다른 일반 이혼소송에 미칠 영향을 사안별로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재산분할의 핵심 쟁점이 된 '특유재산' 부분이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보유했던 고유재산이나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의미하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 그간 최 회장 측은 SK 지분에 대해 "고(故) 최종현 전 선대회장이 증여·상속한 SK 계열사 지분이 기원이 된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지만, 노 관장 측은 "노 관장의 부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건네졌다"는 취지로 맞섰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노 관장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부장판사 출신인 오용규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변호사는 "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으로 인정되려면 '그 특유 재산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인정돼야 한다"며 "이번 판결에선 결혼 이후 주식과 그 가치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노 장관이 그냥 도움을 준 수준이 아니라 '많은 기여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최지수 법무법인 린 웰스&매니지먼트 변호사는 "재산 분할 대상에 특유 재산을 포함해야 된다는 주장이 일반 이혼소송에서도 훨씬 강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변호사는 "실제로 이번 2022년 이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이전까진 '재산의 형성 유지'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는 폭이 넓었다면, 최근엔 특유 재산의 형성 및 유지 과정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라는 요구가 실무적으로 늘었다"며 "이번 판결로 특유 재산에 대한 공방 자체가 치열해질 것이고, 그에 대한 입증도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자료 부분에 대해선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수많은 이혼소송 판례가 위자료를 3000만원 또는 5000만원 수준에서 인정했던 만큼 수억 원 이상의 위자료가 인정되는 판례들이 빠르게 만들어지긴 어렵다는 취지다. 위자료란 위법행위로 생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의미한다.
최 변호사는 "이혼소송이 아닌 다른 손해배상 사건에선 사람이 사망했을 때도 위자료가 1억원이란 기준에서 움직이기 어렵다"며 "혼인 생활 파탄에 대한 위자료를 늘리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것이 산업재해를 비롯한 민사소송에서의 손해배상 액수와 전혀 다르게 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의 위자료 기준이 우선 논의돼야 이혼소송의 위자료가 늘어나는 데까지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관련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하는 데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민사사건과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결국 '즉각적으로 이혼소송의 위자료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없다"며 '재판 장기화'를 전망했다. 심리불속행은 하급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오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액수도 큰 데다,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다. 대법원에서도 항소심에서 쟁점이 된 사안을 살펴볼 것이고, 사건도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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