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못 낸 이사회
합병 시정조치안 EU제출도 미뤄져
매각 시 배임죄 저촉 우려 등
매각반대 측 주장 만만치 않아
화물사업부 매각 등 합병 관련 논의를 이어가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회는 다음 달 초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사회 결정이 늦어지며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양해를 구하고 시정조치안 제출 시한을 미루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오후 2시부터 이사회를 개최하고 8시간 가까이 합병 관련 EU집행위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검토했으나 표결을 완료하지 못했다. 오후 한 차례 정회 후 오후 6시부터 이사회를 속개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정조치안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할매각이 포함됐다.
회사 측은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전 임직원의 안정적 고용 보장과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모든 안건에 대해 토의를 거쳤다"며 "일부 이사들 간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한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안건 의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정회했으며, 11월 초 다시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1조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계약에 대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시정안은 대체 항공사가 유럽 4개 여객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진입하기 위한 지원방안, 합병 이후 화물사업부 분할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7000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활용한 아시아나항공 지원 계획도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이사회에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와 사외이사인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사내이사 두 명 중 한 명이던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최근 사의를 표명해 출석하지 않았다.
화물 사업 매각에 반대한다고 알려진 진 실장의 사임으로 이사회의 결론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하는 이사와 매각 시 주주들에 대한 배임죄 저촉 여부를 우려하는 반대 측 주장이 부딪히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측 입장은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이 자력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합병 이후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화물사업부 매출 비중이 아직 높아 매각한다면 손해가 날 수 있어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주장이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의 EU 시정조치안 제출 시한은 한국시간으로 내달 1일 오전 8시다. 이에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조치안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시정 조치안 제출 기한 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EU 집행위가 충분히 시한을 늘려줄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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