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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숙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뒤에는 '디플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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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기관 놓고 의료-보험업계 대립
국민 편의 최우선 고려…플랫폼 활용
논의 1년 만에 보험업법 국회 통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는 작년 9월 1일 출범했다. 디플정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국민이 원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간편하고 손쉽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국민은 어떤 디지털 서비스를 가장 원했을까.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로 뽑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업계의 14년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디플정이 팔을 걷어붙였다. 의료·보험업계와 관계부처,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20여명이 10여차례의 회의를 거쳐 1년여 만에 숙원을 해결했다.


디플정 소속 보건의료 선도과제 태스크포스(TF)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도한 김형숙 한양대학교 교수(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 인터뷰를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14년 숙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뒤에는 '디플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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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보험업계, 중계기관 놓고 14년째 대립

그동안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원에서 받은 영수증 등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팩스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제출해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불편을 겪어본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의사 선생님 서명이 필요해서 서류 발급을 며칠 기다려달라"는 병원의 요청부터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는 보험사의 요구까지 말이다. 이러한 불편 때문에 연평균 실손보험 미청구 금액이 276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14년 동안 관계 기관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립해 국민들이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14년 동안 서로 자기 얘기만 하며 싸워왔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기존과 차별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18일 의료계, 보험업계,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관계자를 모두 불러 첫 TF 회의를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실손보험 간편 청구라는 추진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입자의 실손보험 청구 자료를 병원에서 보험사로 제공하는 '중계기관'이 누구냐였다. 그동안 의료업계(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계기관을 맡는 것에 반대해왔다. 비급여 진료 기록을 정부(심평원)가 속속들이 들여다볼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보험업계(손해보험협회)는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보험업계는 1년 안에 개·폐업하는 의료기관이 약 1만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민간보다 심평원 등 안정적인 공공기관이 중계를 맡는 게 적합하다고 봤다.

10여차례 회의 열고 끝장 토론

김 교수는 양측의 의견을 골고루 듣고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지정하는 경우와 △제3의 기관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 △중계기관을 지정하지 않고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양측이 제기한 쟁점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 편익을 1순위로 고려했고,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수단을 활용했다.


김 교수는 "가입자 통장에 돈(보험금)이 빠르게 꽂혀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초점을 맞췄다"며 "플랫폼 기술로 데이터가 빛의 속도로 흘러가고, 개인정보가 식별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등 실손보험 청구 관련 해외사례를 검토하고, 중계기관을 도울 만한 국내 핀테크 기업을 함께 물색하기도 했다. 의료·보험업계를 개별적으로 만나 총 15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14년 숙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뒤에는 '디플정' 있었다 김형숙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교수 겸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

디플정 합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중계기관이라는 용어를 '전송대행기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 중에 한 곳을 전송대행기관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는 14년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핵심 이슈였다.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의료 기록 데이터는 전자적 방식으로 암호화돼 전송하고 내부에 저장되지 않도록 했다. 의료계와 보험업계 협의를 통해 전송대행기관 관리·감독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환자가 진료내역을 스스로 선택해 청구하도록 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수천억 원 아낀다

디플정의 이러한 노력은 물밑에서 이뤄졌다. 지난 정부에서처럼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떠들썩한 구호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안건은 플랫폼의 가능성을 발견한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국회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야가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6개를 통합 심사해 디플정 합의 내용을 담았다. 개정법안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지난 6일 본회의를 순차적으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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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2년 후에는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데이터를 연계하고 개방해 가입자가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편하게 보험금 신청이 가능해진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보험금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병원에서 관련 제반 서류를 전송대행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보험업법이 시행되면 연간 5000만건 이상의 청구를 간소화하고, 최소 1000만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증빙서류 발급 비용, 병원 방문 비용 등을 포함해 총 250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예산 약 100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디플정은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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