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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에 빠진 한국]①'마른체형'남자, 3분만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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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타민 처방에 부작용 설명은 '불면증'뿐
메스꺼움·우울감…심각하면 마약투약자처럼 행동
인터넷에서도 식욕억제제 쉽게 구해
"전반적 약물 오남용 실태조사 필요해

"뭐 때문에 왔어요?" 지난 10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과. 진료실에 들어온 의사는 본지 기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질문을 던졌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일명 '나비약'을 처방받기 위해 왔다고 하자 의사는 디에타민 처방전을 써주며 14일치를 먼저 먹어보라고 했다. 안내한 주의사항은 잠들기 전에 먹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키 174㎝, 몸무게 60㎏로 날씬한 편인 남자인 본지 기자는 진료 3분 만에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손에 넣었다.

[약물에 빠진 한국]①'마른체형'남자, 3분만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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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지난 6~10일 동안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피부과 10곳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의 처방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피부과 10곳 가운데 7곳은 곧바로 디에타민 처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나머지 3곳만이 "약 처방만은 가능하지 않다"거나 "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약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의약품이지만 체질량지수 측정, 동맥경화증, 녹내장 여부 등 확인해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과반수 이상의 병원에서 그냥 처방받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마약류 약물에 빠져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86만7465건의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처방됐다. 이 약을 복용한 사람만 한 해에 126만8146명이다. 2020년에도 620만1757건이 처방됐을 만큼 많은 사람이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


디에타민과 같은 식욕억제제는 단기간에 살을 빼야 하는 초고도비만 환자의 최후 수단으로 쓰인다. 마약류를 사용해 중추신경계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식욕을 잃게 한다. 그만큼 부작용도 위험하다. 단순 식욕을 잃는 것을 넘어 어지러움과 알 수 없는 우울감까지 호소할 수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씨(28)는 "20대 초반 다이어트를 위해 디에타민을 처방받았고 병원에서 안내하는대로 복용했다"며 "그럼에도 메스꺼움, 어지러움, 두통, 우울감에 불면증까지 경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작용으로 인해 지금은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여전한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디에타민과 같은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부작용이 심각하면 '진짜 마약'을 투약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지난달 28일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인근 도로에서 20대 여성 A씨가 난폭운전으로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경찰은 음주운전 또는 마약을 투약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차량에는 마약이 아닌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있었다. 경찰은 식욕억제제로 인한 환각 증세로 인해 A씨가 난폭 운전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약물에 빠진 한국]①'마른체형'남자, 3분만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지난 10일 본지 기자가 직접 처방 받은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키 174㎝, 몸무게 60㎏로 날씬한 편인 본지 기자가 처방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부작용 심각한데…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약물에 빠진 한국]①'마른체형'남자, 3분만에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쿠팡 등 인터넷 쇼핑몰에 '식욕억제제'를 검색하면 약사 처방 없이 식욕억제제를 구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식욕억제제가 식품인지 의약품인지 판단조차 되지 않고 있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더 큰 문제는 병원도 거치지 않고도 시중에서 마약류로 추정되는 식욕억제제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식욕억제제'를 검색하면 어디서 무슨 성분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식욕억제제가 등장한다.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메스꺼움, 어지러움,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등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개인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식욕억제제'가 식품으로 분류되는 건강보조제인지, 의약품인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들여온 건강보조제라면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식욕억제제들은 식약처에 등록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라며 "판매자가 애초에 개인이 복용하겠다며 해외에서 직구하여 세관을 통과한 건강보조식품이라면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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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마약류 약품들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만, 의사와 병원의 양심에만 맡긴 채 문제점은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마약사범뿐만 아니라 마약류 의약품도 정부가 전반적인 오남용 실태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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