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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조원의 늪…'부채 외교' 미·중 갈등 새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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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개발도상국과 최빈국 70여개국의 부채 탕감(채무 재조정)이 미·중 갈등의 새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로 빚더미에 올라 앉은 상황에서 고금리와 고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개도국과 최빈국 대부분이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미국과의 마찰을 고리로 채무 재조정 협상에 몽니를 부리면서 구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는 오는 24~25일 인도에 모여 개도국과 최빈국이 미국, 중국, 인도 등 채권국에 가진 3260억달러(약 424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 계획을 논의한다. 오는 9월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각국 장관과 주요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채무 재조정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이는 앞서 G20 재무장관들이 2020년 개도국과 최빈국 채무 재조정을 위한 공동 프레임에 합의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공동 프레임 합의에도 불구하고 최대 채권국이자 파리클럽(개도국과 최빈국의 채무 부담 경감 조치를 도입한 22개국 채권국 모임)에 소속되지 않은 중국 측이 공조하지 않으면서 채무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신냉전 시대에 잠비아 등 채무국가를 볼모로 삼으면서 이들의 구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정찰 풍선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공방전으로 번지며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이들 채무국의 부채 탕감 합의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G20 재무장관들의 역사적인 합의가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또 다른 전선으로 부상하면서 합의 가능성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425조원의 늪…'부채 외교' 미·중 갈등 새 전선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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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스리랑카, 짐바브웨 등 주요 개도국들은 연쇄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이들은 대부분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 핵심 대상국이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도로, 철도, 해로 등 거대 인프라를 건설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자본을 대거 끌어오면서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고금리가 트리거 역할을 하며 국가부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2005년부터 친중국 노선을 펼쳐온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비용을 차입해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채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자 지난해 4월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지난해 5월에는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 8일 "국가부도 상황이 2026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425조원의 늪…'부채 외교' 미·중 갈등 새 전선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파키스탄 역시 일대일로 계획에 따라 들여온 차관 탓에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파키스탄의 해외 채무액 중 3분의 1은 중국이 채권자다. 지부티와 앙골라는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를 초과했고, 라오스는 국가신용등급이 디폴트 바로 2단계 위인 'Caa3(무디스)'까지 낮아지면서 디폴트 후보국으로 분류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사상 최대 규모의 빚더미에 시달리는 개도국들의 외환보유고가 급격하게 줄고 있으며, 외환보유고 감소 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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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60개국 400여개 민간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국제금융협회(IIF)의 소냐 깁스는 "고금리와 고인플레이션으로 개도국과 최빈국의 부채 수준이 10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들 국가는 퍼펙트 스톰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개도국과 최빈국의 채무 위기에 노출된 블랙록, 알리안츠 등 민간 금융기업들도 G20 협상 결과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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