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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남녀갈등·죽음·자본·난민…인간다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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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수녀이자 학자인 저자는 미국에서 아시아 여성이자 이방인의 삶을 살며 사회 바깥 테두리의 사람들, 이를테면 여성과 성 소수자와 가난한 이를 위하고 기도해왔다. 그러나 사회의 시스템과 경제력이 강해질수록, 약해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했다. AI와 비대면 문화 그리고 남녀갈등, 죽음, 자본, 난민 등의 이 시대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꼭 생각해봐야 할 12가지 주제를 선정해 오랜 사유의 결과를 전한다.

[책 한 모금]남녀갈등·죽음·자본·난민…인간다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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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1차로 절정에 올랐을 때, 나는 동네를 산책하다 커피숍 바깥의 콘센트에 전원을 꽂고 스마트폰으로 숙제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보았다. 등교가 어려워지자 집에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아등바등 과제를 작성했다. 그걸 본 후로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완벽한 글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이 늘 열린 공동체가 되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장, 갑자기 마주한 줌 세상」 중에서


지금의 나는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인은 일상에서 고통받는 다른 인간에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간이 인간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알고, 나의 일상을 충만하게 느끼고 지구의 모든 이들이, 서로 느끼는 결은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소망해야 한다. 우리는 비범한 일상에서 사람 냄새 나는 시를 노래해야 한다. 조금은 낮은 마음으로. 「2장, 일상 속의 비범」 중에서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파리 제1구역의 어느 노천카페에 앉아 애플 사이다를 마시고 있었다. 손님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나 같은 아시아 사람들은 드물었다.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도시 파리에서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좀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찾아간 교외에서는 흑인들을 쉽게 마주쳤다. (…) 다시 돌아온 파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이지만, 나는 근대식민주의 정신이 물씬 풍기는 거리와 건물의 파사드에 강하게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콩코르드 광장에는 이집트 룩소 신전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난민처럼 뻘쭘하게 서 있다. 「10장, 이주, 난민, 디아스포라」 중에서


나는 결국 비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취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AI가 담지 못하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 확실성을 강요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삶은 꼭 그렇게 확실함 위에 서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 그래서 불확실성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컴퓨터가 출력해줄 수 없는 것들을 잘 보고 매끈한 화면 뒤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AI의 능력을 고마워하면서도, 가끔은 플러그를 뽑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교감을 찾아 꽃 한송이 사 들고, 어찌 사나 궁금한 벗을 찾아 홀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12장, AI와 친해지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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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96쪽 | 1만5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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