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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도가치 있는 형사판결문 열람시킨 공보판사, 기사 쓴 기자 불법행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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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도가치 있는 형사판결문 열람시킨 공보판사, 기사 쓴 기자 불법행위 아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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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보도할 만한 공익성이 인정되는 형사판결문을 법원출입기자들에게 열람시킨 공보판사나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해당 사건 피고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우리 헌법상 판결은 반드시 공개하도록 돼 있는 데다가 익명으로 기사가 작성돼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설사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여러 정황을 종합해 피해자와 관련된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진실한 보도일 경우 위법성이 조각돼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대한민국과 언론사 B사, B사 소속 C 기자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수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9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개인정보 보호법'과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예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문제의 기사가 보도된 2013년 30대 후반의 피아노 강사였던 A씨(여)는 2012년 6월 자신이 짝사랑하던 D씨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2013년 6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다시 항소했지만 같은 해 8월 항소가 기각됐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C 기자는 A씨에 대한 2심 판결이 선고된 2013년 8월께 모 지방법원 공보판사인 E씨를 통해 피고인(A씨)과 피해자(D씨)의 이름이 비실명처리된 A씨 사건의 판결문을 열람한 뒤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해 출고했다.


A씨가 상대방 D씨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D씨가 A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D씨가 A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형사고소를 한 점 등을 근거로 항소를 기각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A씨는 대한민국과 C 기자, B사를 상대로 1억7500만원의 피해금과 2억원의 위자료 등 총 3억75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공보판사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자신의 형사사건 판결문을 C 기자를 비롯한 법원출입기자들에게 공개해 기사가 나가게 만들었므로 해당 공보판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에 책임이 있고, C 기자가 취재도 하지 않고 판결문만 보고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해 기사를 출고함으로써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음은 물론, 일반대중들이 기사에 단 악성 댓글로 인해 모욕을 당하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가장 먼저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며 C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서 A씨가 특정됐는지를 따져봤다.


이와 관련 우리 대법원은 비록 기사에 이름을 쓰지 않고 머리글자나 이니셜, 가명 등을 사용한 경우라고 해도 보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독자나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피해자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사에서 A씨의 이름이 'D모(38, 피아노강사)씨'로, 피해자가 'J모씨'로만 기재됐기 때문에 A씨의 주장과 달리 A씨의 지인이나 주변인도 기사가 A씨에 대한 것이라고 알아볼 정도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기사로 인한 피해자로 특정됐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1심 재판부는 설령 기사에서 A씨가 특정됐다고 보더라도 국가나 기자 등의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과 관련해 판결을 공개하도록 한 헌법 제109조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등을 거론하면서 "비실명 처리된 것일지라도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을 취재기자들에게 열람하도록 한 행위는 일응 적절해 보이지 않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판결의 공개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원리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거부할 수 없는 점, 이를 반영해 각 법원은 공보관을 둬 그 지역 법원의 홍보 및 언론보도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는 점, 공보판사는 원고의 개인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비실명처리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판결문을 C 기자에게 열람시킨 행위만으로는 그 과정에 있어 위법이 있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의 명예 또는 그밖의 인격권 내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또 1심 재판부는 C 기자와 B사의 책임과 관련 "C 기자가 이 사건 기사의 중요부분인 '타인 모르게 혼인신고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작성함에 있어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취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지지 않는 점, C 기자가 원고가 좋아하던 남성에 대해 '짝사랑 남성'이라고 표현한 것은 원고가 '좋아하는 사람'임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이와 같은 표현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문구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넘어 자극적이라거나 원고를 비난·모욕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패소한 A씨는 항소하며 청구취지 확장을 통해 2억5800만원의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3억원 등 총 5억5800만원과 지연손해금으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늘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대한민국과 C 기자 등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 역시 "공보판사가 원고에 대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확정 전에 취재기자로 하여금 열람하도록 한 행위는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개인정보보호법 규정과 확정 판결서 등의 열람·복사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위반될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는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인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비춰 보면 공보판사의 위와 같은 판결문 공개 행위는 공보판사의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그 필요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의 명예 또는 그 밖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A씨는 1심 및 2심 재판장이 각 판결을 선고할 때 자신에게 '판결서에 대한 열람·복사 제한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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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1·2심 재판장이 각 판결 선고 당시 그 같은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지와 관련된 재판예규 규정은 절차에 관한 직무상 훈시규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위반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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