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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이 연결 고리 …통일교와 반세기 동안 손잡은 日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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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내각 통일교 둘러싼 논란 속 지지율 급락
日 야당 "통일교, 자민당 비호 일본 내 세력 확장" 주장
"현역 자민당 의원 98명 통일교와 관련"

'반공'이 연결 고리 …통일교와 반세기 동안 손잡은 日자민당 기시다 후미오(왼쪽) 총리와 아베 신조 전 총리(오른쪽). (이미지 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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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야당들은 통일교가 자민당의 비호 아래 교세를 확장하고 이를 대가로 정치자금을 지원해왔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자민당은 극구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본 주요 언론들은 양 측의 상부상조 관계가 최소 반세기는 지속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3일 마이니치 신문은 자민당과 통일교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대비 16% 포인트 급락한 36%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7%가 자민당과 통일교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자민당 의원들은 통일교와의 관계를 해명하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일간 겐다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 98명의 현역 자민당 의원들이 통일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의원 78명, 참의원 20명 등이 통일교 계열 단체와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이 중 내각 관료나 당 간부 출신도 34명에 달한다.


논란이 일자 기시다 총리가 인적 쇄신 차원에서 각료 19명 중 14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으나 새 내각의 각료 7명과 임명된 부장관·정무관 중 20여 명이 통일교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되려 역풍만 불었다.

'반공주의' 고리로 맺어진 관계

자민당 의원들이 통일교와 관계를 맺어온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 외신들과 정치권 관계자들은 최소 이들의 유대 관계가 50여년간 이어져 왔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와 자민당이 관계를 맺은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4년 한국에 통일교 교단을 세운 고 문선명 총재는 4년 후 일본에서 포교를 시작하고 1964년 일본 정부로부터 종교 법인으로 허가를 받게 된다.


이후 문 총재는 1968년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일본국제승공연합'을 창설했는데 당시는 자민당이 공산당과 학생운동 조직인 '전학공투회의'의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으로 골머리를 앓던 시기였다. 일본 외신들은 문 전 총재가 정치권의 지지를 지렛대 삼아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반공사상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반공이념을 중심으로 자민당과 통일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 측의 협력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같은 해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A급 전범인 정치 거물 사사카와 료이치를 통해 문 총재를 소개 받고 통일교 관련 단체 모임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기시 전 총리와의 관계가 돈독해지자 통일교는 본부 교회를 기시 전 총리의 자택 인근으로 이전했다. 교단 관계자가 집필한 '일본 통일교 운동사' 책에 따르면 본부 교회가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기시 내각이 총리 공관으로 활용하던 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부터 기시 전 총리는 더 적극적으로 모임에 얼굴을 비췄다. 통일교 운동사 책에는 그가 통일교의 부흥을 염원하며 남긴 언사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반공'이 연결 고리 …통일교와 반세기 동안 손잡은 日자민당 곽정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회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시 전 총리 통일교 인맥, 아베까지 이어져

'반공'을 고리로 시작된 관계는 1980년대 들어서 더욱 결속력이 강해진다. 교단 세력을 활용하면 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자민당 전 의원들은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시 전 총리의 통일교 인맥이 사위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고 밝혔다.


자민당 간사장 자리에 오른 아베 전 외상은 같은 파벌의 의원들에게 통일교 교단의 지원을 받도록 적극 권장했으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통일교 인맥들을 활용했다.


통일교 역시 1986년 국가 기밀의 외부 발설 금지를 골자로한 '국가 비밀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자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통일교는 1986년 중의원, 참의원 선거에서 150명의 정치인을 후원했으며 이들이 대부분 당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도 자민당은 소비세 도입, 신당 창당 논란 등으로 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마다 번번이 통일교 세력들을 선거에 활용해왔다. 통일교는 이렇게 확보한 정치 세력의 비호를 받으며 사회적인 논란을 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교와의 밀접한 관계는 기시 노부스케, 아베 신타로를 이어 아베 전 총리까지 3대에 걸쳐 이어졌다. 아베 전 총리 역시 정치 기반을 다지는 데 통일교 세력을 적극 활용했다.


아베 전 총리는 고이즈미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역임하던 2006년에도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 평화 연합(UPF)에 축전을 보냈다. 최근에는 아베 전 총리의 비서관 출신 이노우에 요시유키 참의원이 통일교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아 선거에서 당선된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자민당 의원들도 스스로 통일교와의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자금 파티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교단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스에마쓰 신스케 전 문부과학상은 자신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열린 행사에서 통일교 관계자가 파티권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자민당 홋카이도 제3선거구 지부 또한 통일 교회 단체에 25만엔의 파티권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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