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
조선업, 농축산업 등 구인난 갈수록 심화
외국인력 쿼터 최소 1만5600명 확대
저임금·이중구조가 원인…노동개혁 속도
조선·서비스·도소매업 등 주요 산업의 구인난이 극심해지자 정부가 인력 수급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인력 수혈이 늦어질수록 경제 회복의 동력을 잃을 뿐 아니라 임금 인상 압력에 따른 물가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단기간에 필요 인력을 공급하기는 어려워 정부는 우선 외국인 근로자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체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정상화시켜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이다. 인력난이 특히 심한 산업에 대해선 구인-구직 연계 고용 서비스와 같은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 중장기적 수급 안정을 이뤄나간다는 구상이다.
빈일자리 23만개…외국인 근로자로 채운다
8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빈 일자리수는 23만4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2월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빈 일자리수는 구인난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현재 구인활동을 하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수를 의미한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보건복지업 등 5개 산업이 전체 빈일자리수의 74.3%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 같은 구인난을 외국인 근로자 입국 확대로 해소할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국인 비자 쿼터를 확대해 근로자 1만5600여명을 더 확보하기로 했다. 뿌리산업 등 제조업의 쿼터를 기존 1만480명에서 6000명 확대하고, 조선업은 용접·도장공 쿼터를 폐지하고 특정활동(E-7) 비자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최대 9000명을 더 들여온다. 농축산업에선 쿼터를 1624명에서 추가로 600명 늘린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더 입국시키기로 했다. 이는 월 1만명 꼴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26만4000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약 27만7000명)에 근접한다. 이를 위해 2020~2022년 비자 발급자 중 입국하지 못한 대기 인원과 올해 하반기 비자 발급 예정자의 입국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구인난이 특히 심한 조선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최우선 입국을 추진해 10월까지 1700명을 들여오고, 뿌리산업 등 제조업과 농축산업은 올해 각각 3만7000명, 7000명을 추가로 입국시킨다. 현재 84일 정도 걸리는 외국인력 입국 절차는 39일로 대폭 줄이고, 업종 구분을 두지 않는 외국인력 쿼터를 새롭게 배정해 수요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탄력배정분 쿼터’는 지난해 3000명 수준에서 내년 '1만명+α'로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구인난 못잡으면 물가 악화…노동개혁도 속도
정부는 지역·산업별 맞춤 정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뿌리산업 밀집지역 고용센터 17곳에 ‘신속취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전국단위 구직자 풀 확보를 통한 광역단위 채용을 지원한다. 신규 인력 유입을 늘리기 위해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돕는 ‘조선업 내일채움공제’는 대상 연령을 39세에서 45세로 늘리고 지역도 확대한다. 이 외에도 작업 물량이 긴급히 늘 경우 기업이 특별연장 근로를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뿌리산업을 대상으로는 취업장려금 지원 수준과 인원을 확대하고 근로환경·복지 개선을 추진한다. 농업분야 역시 수확기 주요 품목의 주산지를 중심으로 25개 시·군을 선정해 인력 수급을 집중 관리한다.
정부는 조선업과 뿌리산업 등에서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열악한 근로환경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 노동시장 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원·하청 하도급 구조와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위한 중장기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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