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노선 예정 수원·의정부·안양
교통 호재에도 거래절벽發 가격하락
신축 분양권도 한달 새 5000만원 ↓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움직이질 않네요. 월세 내기도 정말 힘들어요. 인근에 신축 입주까지 맞물려 있으니까 가격은 더 내려가고 있습니다”(경기 수원시 권선구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 A씨)
GTX 개통 호재도 부동산 시장 침체 앞에서 맥을 못 추리는 모습이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수원·의정부·안양 아파트는 교통편 개선으로 지난해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지만,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GTX-C노선이 들어설 예정인 수원역 인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월(110.5)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 109.4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하락 폭도 지난달 0.44%로 전월(-0.36%)보다 확대됐다. 이는 비단 수원역만의 상황은 아니다. GTX-C 노선이 예정된 의정부역 인근 의정부시와 인덕원역 인근 안양시 동안구도 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이곳들은 GTX가 들어온다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해 지난해에는 가격이 급상승했다. 지난해 6월 안양시 동안구는 전월 대비 매매가격지수가 6.44% 상승했으며, 같은 시기 수원시 권선구도 3.63% 상승했다. 당시 전국 변동률인 1.7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의정부시 역시 지난해 2월 전월 대비 3.63%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GTX 호재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매매 거래량이 급감한 모습이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의정부시 6월 매매거래량(154건)은 5월(227건)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6월에는 418건이었다.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있어 아직 집계되지 않은 건수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도 이는 적은 수치다. 수원시와 안양시 역시 6월 각각 265건, 88건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약 5분의 1, 6분의 1 수준을 나타냈다. 의정부시 일대 A공인 대표는 “매수가 주춤하다보니 거래가 거의 없다”며 “오늘도 매수문의는 0건”이라고 했다.
그나마 거래는 급매 위주로 이뤄지면서 지난해 거래가 한창일 때의 가격에 한참 밑도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덕원역 인근 ‘인덕원대우(84.96㎡)’는 지난해 8월 12억4000만원에서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3억8000만원 떨어졌다. 수원역 인근 해모로아파트(84.75㎡)역시 이달 6억2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8억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 넘게 떨어진 것이다.
입주 예정인 신축도 사정은 좋지 않다.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의정부시 A단지 아파트의 분양권 매매가격을 살펴보면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최초 등록가보다 5000만원을 낮춘 사례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이미 내린 가격으로 올라왔는데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개발 호재를 노리고 진입한 투자 수요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을 거라는 전망이 생겼을 것”이라며 “이에 다주택자 유예 중과 기간과 맞물려 공급이 조금 늘었을 텐데 수요는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여 수석연구원은 “GTX는 장기적 호재이기 때문에 단계 진행마다 가격이 한 번씩 뛰기는 한다"며 "이 지역들은 시작 단계이다보니 호재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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