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16일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전격 연기됐다. 공기업 인선, 민정수석실 폐지 등을 놓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간 갈등이 표면화된지 하루만이다. 신·구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정권교체 시기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무 협의를 이유로 일정이 미뤄졌다고 밝혔다.
양측은 ‘실무 협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공기업 인선까지 당선인 측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인수위와 야권을 중심으로 회동 전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가 거세게 나온 데다, 야당 의원이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사면’ 가능성 등을 제기하자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는 뜻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이런 만남을 해 온 기본적인 이유는 당선 축하와 덕담"이라며 "만남 자체가 국민 통합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발산하는 차원인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의제화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선인 측이 개혁 과제 가운데 민정수석실 폐지를 언급했고 공기업 인사에도 "우리와 상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청와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당선인측의 언급에 "임기 내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회동은 다음주로 미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논의 의제에 대해 양측의 이견차가 큰 점이 확인된 만큼 양측간 권력 갈등은 좀처럼 잦아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주중에 더 논의를 하게 될 것이고, 회동은 내주로 순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동 관련 실무 협의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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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와 청와대 간 실무 협의가 길어지게 되면 대통령과 당선인간 회동까지의 기간도 역대 최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선거 후 10일 이내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인의 경우 4일만에 회동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은 9일만에 회동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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