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5兆 투자
재활용 기술·설비 확충 나서
오늘 브랜드뉴데이 설명회
시장 주도권 선점 의지 표명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SK종합화학이 다 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설비를 확충하고 친환경 소재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생산한 플라스틱을 모두 재활용해 향후 전 세계적으로 커질 플라스틱 재활용시장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계획이다. 사명도 ‘지구를 중심에 둔다’는 뜻을 반영해 SK지오센트릭(geo centric)으로 바꾸기로 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과 주요 경영진은 31일 브랜드뉴데이 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동안 원유 부산물을 가져다 플라스틱 소재·원료를 만드는 걸 주된 사업으로 해왔는데 앞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중심으로 한 환경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SK종합화학이 내놓은 건 도시유전을 기반으로 한 순환경제형 사업모델이다. 기름이 나지 않더라도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해 연료나 새 플라스틱 재료를 만드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을 만들려면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에틸렌·프로필렌 등으로 분해한 기초 화학제품이 필요하다.
앞으로 플라스틱 쓰임이 줄어들진 않겠으나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원유수급이 쉽지 않아질 가능성이 높은 터라,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만들 필요가 커지고 있다. 나 사장은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우선 국내에서 만드는 플라스틱 생산량(연 90만t)만큼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설비능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울산미포산단 내 열분해·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짓는 방안을 지난달 확정했다. 재활용 클러스터는 국내 다른 지역은 물론 중국·베트남 등 해외도 검토 중이다.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와 협력하는 한편 합작사(JV) 설립, 지분투자 등 다각도로 나선다. 나아가 2027년까지 해외 사업장을 포함한 플라스틱 생산량(연 250만t)만큼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폐플라스틱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변경
친환경 중심 ESG 경영 실현
현재 회사 수익의 20%가 채 안 되는 친환경 소재사업도 늘린다. 차량용 소재는 한층 가볍게 하고 포장용 소재는 플라스틱을 가급적 덜 쓰는 식으로 개발한다. 앞으로 5년간 투자금액은 국내외 설비·공장을 확보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친환경 소재 생산능력은 현재 연 50만t 수준에서 2025년 190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바이오유분·열분해유 등 친환경 연료도 쓰기로 했다.
나 사장은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시장 성장률은 12% 수준으로 2050년이면 600조원 규모 시장이 될 것"이라며 "2025년이면 재활용·친환경 영역에서 에비타(세금·상각비 등 차감 전 이익) 기준 6000억원을 창출해 기존 사업을 넘어 재무적으로도 완벽히 ‘그린 컴퍼니’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은 1962년 국내 첫 정유사인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전신으로 한 회사로 197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도입한 곳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NCC 설비를 중단하는 등 친환경사업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석유화학업종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만큼 그간 국내외 대형 업체는 덩치를 키우는 식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는데, 아예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대표적 석화제품인 에틸렌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업체 가운데 설비를 줄인 곳은 SK종합화학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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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명은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쓴다. 지구·토양을 뜻하는 지오(geo)와 중심이란 뜻의 센트릭(centric)을 합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간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가진 기술이나 자본,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이슈는 이를 가장 잘 아는 화학기업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ESG 경영기반으로 폐플라스틱 순환경제와 친환경 확산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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