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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전통 화학기업 크로다, 글로벌 백신 생산망 '중핵' 되다 [히든業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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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25년 영국 화학업체로 출발
양모서 '라놀린 오일' 추출…화장품 원료 납품
지난해 美 아반티 인수, mRNA 백신 핵심 원료 생산 성공
화학기업서 생명공학기업으로 대전환 예고

1세기 전통 화학기업 크로다, 글로벌 백신 생산망 '중핵' 되다 [히든業스토리] 영국 화학기업 크로다 인터내셔널 로고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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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미국 제약 기업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은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각국 수요는 치솟는 것에 반해, 실험적인 신기술로 제작됐기 때문에 대량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mRNA 백신 생산 보급망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는 화학 기업이 있다. 영국 요크셔주에 위치한 '크로다 인터내셔널'로, 크로다가 생산하는 한 화학물질에 mRNA 백신 생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세기에 걸쳐 화장품, 가죽제품 제작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던 이 회사는 어떻게 하루 아침에 글로벌 생명과학의 선봉으로 거듭났을까.


mRNA 백신 현실화한 기적의 입자


크로다가 생산하는 화학물질의 이름은 '리피드 나노파티클(Lipid nanoparticles·LNP)'. 생체분자의 일종인 지질(리피드·lipid)로 만든 입자로, 약품을 이 입자 안에 주입해 외부 환경에 훼손되지 않게 감싸는 역할을 맡는다.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mRNA 백신은 온도 등 외부 조건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특수한 입자인 LNP 안에 씌워 인체 안에 전달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이다.


1세기 전통 화학기업 크로다, 글로벌 백신 생산망 '중핵' 되다 [히든業스토리] 지난 7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장병들이 화이자가 생산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맞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LNP를 자체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전세계에서 손에 꼽히며, 그 중 하나가 크로다다. 특히 크로다는 지난해 화이자 백신에 LNP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화이자 백신 제조 보급망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크로다의 양산 능력에 코로나19 위기 해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크로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대비 35%가량 오른 97억파운드(약 15조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양털서 오일 추출하는 기업서 출발…100년 역사 크로다


크로다가 처음부터 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크로다는 지난 1925년, 조지 윌리엄 크로와 헨리 제임스 다우가 공동 설립한 화학업체로 시작했다. 크로다라는 사명은 공동 창업자의 성인 '크로'와 '다우'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크로다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세기 초반 영국에는 '라놀린 오일'을 생산하는 기업이 없었다. 라놀린 오일은 양털에서 추출한 용액인데, 가죽 가공부터 화장품 원료까지 다양한 곳에 쓰였으나 영국은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크로다는 연구 개발을 거듭한 끝에 라놀린 오일을 추출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 영국 땅에서 최초로 라놀린 오일 대량 생산에 성공해 내수 보급과 수출에 힘쓰게 된다.


1세기 전통 화학기업 크로다, 글로벌 백신 생산망 '중핵' 되다 [히든業스토리] 크로다가 지난 1세기에 걸쳐 글로벌 본사로 사용해 온 영국 요크셔주 '코위크 홀(cowick hall)'.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하지만 크로다의 화학 사업이 항상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처음 라놀린 오일 추출법을 연구하던 당시에는 초기 공정에 실패해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이었던 헨리 다우가 회사를 떠났고,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을 시작했을 때도 대공황이 덮쳐 재차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뒤흔든 1930년대 후반, 영국 군함과 전차에 쓰일 페인트를 보급할 기업으로 채택되면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949년 창업자 조지 윌리엄 크로가 숨을 거둔 뒤 그의 아들인 프레드릭 우드가 뒤를 이었고, 그 뒤로 7명의 회장이 크로다를 이끌어 왔다. 빠른 사업 확장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일궈 온 크로다는 약 1세기에 걸쳐 성장해 왔다.


화학기업서 생명과학 기업으로 '전환점' 맞이해


크로다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4월이다. 크로다는 LNP 제조 기술을 개발한 미국 기업 아반티의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였다. 경쟁 입찰 형태로 이뤄진 인수전은 크로다를 제외하고도 여러 기업들이 참전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크로다는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반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이클 푸츠 크로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아반티가 크로다와의 합병을 택한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크로다는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반티와 접촉해 왔으며, 푸츠 CEO는 수개월에 걸쳐 아반티 측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며 합병을 설득했다고 한다.


1세기 전통 화학기업 크로다, 글로벌 백신 생산망 '중핵' 되다 [히든業스토리] 크로다가 생산하는 리피드 나노파티클(LNP)은 mRNA 백신 물질을 감싸 인체에 전달될 때까지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 사진=일본 홋카이도대 유튜브 영상 캡처


이와 관련, 푸츠 CEO는 "가족 기업인 아반티는 우리와의 관계를 믿었기 때문에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나는 그들에게 두세번 연락을 걸어 크로다의 기업 문화를 설명하려 노력했고, 결국 수개월 뒤에 딜을 타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반티와 합병을 끝낸 지 약 5개월 뒤 화이자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 허가를 받았고, LNP 기술을 보유한 크로다는 단숨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푸츠 CEO는 "화이자 백신은 의약 제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었다며 "그 핵심 원료를 크로다가 제작한다는 것은 대단히 자랑스러운 사실"이었다고 회상했다.


푸츠 CEO는 LNP 기술을 손에 넣고 양산에 성공한 것을 두고 "우리가 처음 라놀린 오일을 만든 그때와 동일한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크로다의 창업자들이 라놀린 오일 추출법을 완성하면서 글로벌 확장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21세기의 크로다는 단순한 화학업체가 아닌 생명과학 기업으로써 새로운 영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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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P를 통해 생명과학 업계의 최전선에 선 크로다는 이제 대량 생산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로다는 올해부터 4000만파운드(약 631억원)를 투자, 영국과 미국 공장의 LNP 생산량을 1kg 이상까지 증량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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