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의 독특한 실험정신, 소비자 미각 사로잡아
일본에서는 '디저트 계의 디올'로 불려
푸아그라·고추냉이 등 다양한 재료 사용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디저트의 나라, 프랑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저트 브랜드가 있다. 바로 '피에르에르메(Pierre Herm?)'다. 이 브랜드는 또다른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와 함께 프랑스의 '양대 마카롱'으로 불린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브랜드지만, 각각의 개성은 뚜렷하다. 라뒤레가 '고전적인 마카롱'을 표방한다면, 피에르에르메는 현대적이다. 특히, 피에르에르메는 독특한 색감과 색다른 맛 덕택에 프랑스에서는 '디저트 계의 피카소'로 불릴 정도라 하니 그 인기를 알만하다.
창립자 피에르 에르메, 실험정신으로 마카롱 계 혁명 일으켜
창립자 피에르 에르메가 디저트 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가족 영향이 컸다. 에르메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제과 및 제빵 사업을 4대째 꾸려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로 인해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접할 수 있있었다. 자연스레 디저트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그는 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시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에르메가 14살이 됐을 무렵, 그는 처음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제과제빵에 소질을 보였던 에르메는 1997년 프랑스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디저트 카페 '피에르에르메'를 오픈한다. 그는 가게를 개업할 당시부터 디저트가 '코스요리의 마지막'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의 초콜릿과 마카롱 등의 디저트를 개발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7년 프랑스인에게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레지옹 도뇌르(L?gion d’Honneur)' 훈장을 받았다.
독특한 실험정신을 가진 에르메를 부르는 별칭 또한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에르메는 '디저트 계의 피카소'라고 불리지만, 일본에서는 '디저트 계의 디올'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그를 부르는 호칭은 각각 다르지만, 에르메가 마카롱 계의 혁명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는 두 나라 모두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매해 선보이는 '실험적' 마카롱, 소비자의 입맛 사로잡다
이 브랜드는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다양한 맛들을 조화롭게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르메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카롱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쉐프들은 커피, 초콜릿, 바닐라, 딸기 등 재료를 제한적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나는 마카롱의 맛은 재료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매년 색다른 재료와 영감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의 시그니쳐 마카롱 중 하나인 '이스파한(Ispahan) 마카롱도 에르메가 1984년 불가리의 한 음식점에서 디저트에 장미를 사용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 마카롱은 산딸기, 리치, 바닐라 크림 등 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 맛은 물론이고, 장미꽃잎 등으로 마카롱 윗면을 장식해 디테일한 외관까지 신경 썼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이스파한 마카롱에 대해 "1984년 불가리아 음식점에 갔다가 장미 꽃잎을 쓴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장미 꽃잎과 라즈베리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10년 전만 해도 그렇게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었는데 계속해서 맛의 진화를 추구한 결과 2001년 이후 파리 매장의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의 실험 정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으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가 바로 '마카롱 케이크'다. 그는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마카롱 케이크, 마카롱 타르트 등을 선보였다.
또 딸기, 녹차, 바닐라 등의 기본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푸아그라와 트리플, 고추냉이, 과일 등 다양한 음식 재료를 사용하며 유명세를 누렸다.
'마카롱 원조' 피에르에르메, 한국 시장은 철수 중
피에르에르메가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2015년 7월 백화점에 본격적으로 입점하면서부터다. 당시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디저트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이라며 "백화점들이 차별화를 위해 국내외 유명 디저트 제품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에르에르메는 매장 오픈 첫날에만 4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명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카롱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피에르에르메지만, 한국에서는 당시 '뚱카롱'이 완전한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뚱카롱'은 두툼한 마카롱을 뜻하는 단어로, 일반 마카롱보다 필링을 2~3배가량 많이 넣는 게 특징이다. 결국, '뚱카롱'의 인기에 피에르에르메는 한국 시장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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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가격 또한 소비자를 매료시키지 못했다. 피에르에르메의 마카롱 하나당 가격은 2015년 당시 4000원이었다. 이는 시판되는 일반 마카롱 가격의 2~3배 수준이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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