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내달 30일까지 160여점의 작품·사진·다규 전시
첫 초현실주의 작품 '길 잃은 기수'부터 수십명 중절모 신사 '골콘다'까지
비틀스 폴 메카트니·핑크 플로이드 등 후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파란 사과와 중절모, 파이프, 우산, 지팡이.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개막했다. 마그리트의 그림과 사진 작품, 마그리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 160여점이 다음달 30일까지 전시된다.
마그리트는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통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파이프 그림을 그려 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 놓은 '이미지의 배반(1929)', 천으로 얼굴을 가린 연인이 키스하는 '연인들(1928)', 중절모를 쓴 신사 수십 명이 공중에 떠 있는 '골콘다(Golcondaㆍ1953)', 중절모 쓴 신사의 얼굴을 푸른 사과로 가린 '사람의 아들(1964)'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많은 후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다. 비틀스 멤버이던 폴 매카트니는 마그리트의 열성 팬이었다. 비틀스가 1958년 세운 음반사 애플의 로고는 마그리트의 푸른 사과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도 마그리트로부터 영향을 받아 얼굴이 지워진 중절모 신사의 이미지를 앨범 커버로 사용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자기복제로 수십 명의 분신을 만들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은 '골콘다'의 이미지로부터 가져왔다.
소설가 김영하는 2010년 마그리트의 그림 제목이기도 한 소설 '빛의 제국'을 출간했다. 그림 '빛의 제국'은 마그리트가 1949년부터 1954년까지 완성한 27개 연작이다. 소설 '빛의 제국' 표지 사진은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연작 중 하나다.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스웨덴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리크 요한손은 당시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자기에게 많은 영감을 준 화가가 셋 있다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마그리트라고 밝혔다.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나고 1920년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시작된 예술혁명이다. 1차 대전의 끔찍함을 겪으면서 이성과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문자 그대로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추구했다. 상상력에 기반해 기묘하고 낯선 세계를 표현했다.
마그리트는 자기 작품이 무의식이나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이론으로 해석되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알기 어려운 추상주의와는 결이 달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마그리트가 1920년대 그린 추상주의 그림을 먼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추상적 이미지가 자기의 의도를 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26년작 '길 잃은 기수'가 눈길을 끈다. 마그리트가 그린 첫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도 '길 잃은 기수'를 그린 후 "나의 길을 찾았다"며 만족했다.
마그리트는 무엇을 그렸는지 충분히 보여 주되 그 대상을 낯선 환경에 두거나 어울리지 않는 대상과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다. 그는 "그림이란 눈에 보이는 생각"이라며 "그림을 단순히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적이던 마그리트의 삶을 살피는 것도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다. 그의 어머니 레지나 베르탱샹은 1912년 투신자살했다. 어머니의 시신을 들어올렸을 때 얼굴엔 옷이 덮여 있었다. 어린 마그리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이 '연인들' 같은 그림에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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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 뒤인 1913년 마그리트는 거리 축제에서 운명의 소녀를 만났다. 훗날 마그리트의 부인이 되는 조르제트 베르제다. 1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7년 뒤인 1920년 벨기에 브뤼셀의 한 식물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마그리트는 1922년 베르제와 결혼했다. 베르제는 평생 마그리트의 뮤즈로 남았다. 마그리트가 남긴 그림과 사진 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베르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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