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엔터 "알파고에 자극받아 알파고 뛰어넘는 AI 만들었죠"

이창율 NHN엔터테인먼트 게임AI팀장 인터뷰
이세돌 꺾은 AI보다 기력 10%↑
접바둑 등 여러 서비스 적용 예정

이창율 NHN엔터테인먼트 게임AI팀장.

[아시아경제 조한울 기자] 3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인류는 충격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지성에 맞설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AI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이 역사적 사건을 지켜보며 와신상담한 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뒤 알파고보다 뛰어난 바둑 AI '한돌'이 탄생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AI가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과 논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알파고가 이 9단을 꺾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바둑 AI 연구에 돌입했죠."

이창율 NHN엔터테인먼트(NHN엔터) 게임AI팀장(사진)은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돌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이 팀장은 "마침 회사에서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고 있어서 바둑 AI가 필요했다"며 "바둑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획득하는 기술도 다른 문제 해결에 유용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NHN엔터는 2016년 알파고가 이 9단을 꺾은 경기를 보고, 이듬해 한돌 개발에 착수했다. 게임AI팀도 그때 설립됐다. 이 팀장은 "회사 내부에서 특정 연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끼리 모여 연구하는 문화가 발달했다"며 "게임AI팀도 AI를 같이 연구하던 프로젝트 그룹이 주축이 됐다"고 말했다.

개발 초기 한돌은 한게임 바둑 데이터 등 사람이 둔 기보를 학습해 다음 수를 예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후 2017년 12월 처음 출시된 '한돌 1.0'은 스스로 대국을 진행하며 학습해 승리 확률을 높였다. 지난해 말 출시된 '한돌 2.0'은 지난달 국내 최정상 프로 바둑기사 5명을 모두 격파했다. 이 중에는 현재 세계 1위인 박정환 9단과 전 국내 1위 신진서 9단도 포함돼 있다. 한돌과 맞붙은 신 9단은 대국 후 "이 9단을 꺾은 '알파고 리'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앞선 실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NHN엔터는 한돌의 기력이 알파고 리보다 10%가량 앞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NHN엔터는 한돌을 더 가다듬어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한돌이 접바둑, 9줄 바둑 등도 둘 수 있게 하고, 기풍도 다양화할 것"이라며 "일반인들에게 바둑을 교육하는 교육용 한돌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NHN엔터는 음원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벅스, 간편결제 앱 페이코 등에도 AI를 적용해 검색ㆍ추천 등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팀장은 인간 프로 게이머를 꺾은 딥마인드의 스타크래프트2 AI '알파스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처음에는 알파스타가 인간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한 정보를 시시각각 분석해 엄청난 수의 전략적 행동을 해내는 알파스타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이 팀장은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게임 AI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한울 기자 hanul0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