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한국은행이 가상통화 연구 태스크포스(TF)를 1년 만에 해체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등 가상통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며 TF 활동도 마무리 하기로 했다. 처음 만들 당시부터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별다른 성과없이 TF를 슬그머니 해체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3일 한은에 따르면 가상통화 및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공동연구 TF 활동이 최근 종료됐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화를 의미한다.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는 지난해 1월 한은 금융결제국과 법규제도실, 금융안정국,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발권국, 국제국, 경제연구원 등 총 8개 부서가 참여해 만들어졌다.
한은은 TF와 함께 금융결제국 내에 가상통화연구반을 신설해서 처음으로 가상통화 전담 연구조직을 만들었다. 당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등 가상통화 열풍이 국내에도 불면서 통화정책, 금융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져 한은은 TF를 구성했다.
그러나 TF를 만들 당시부터 대응이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트코인과 리플 등 가상통화 가격이 폭등해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받은 시기가 2017년 하반기인데 한은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가 대응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가상통화가 미래에는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새로운 화폐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중앙은행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내부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1월 한은 노조는 성명을 내고 "통화당국이 거짓화폐 문제점을 주시하고 좀 더 빨리 경고하지 않은 것은 매우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경제 '와치독(감시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은 화폐가 무엇인지 타인들이 규정해주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TF는 '암호자산과 중앙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등 두세차례 보고서를 낸 것이 공식활동의 전부였다. 보고서들은 가상화폐와 같은 암호자산이 실제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보인다는 분석과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필요성이 낮다는 주장 등 대체적으로 가상통화가 실제화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화폐의 열풍은 사그라들었고 한은은 TF와 같은 전사적인 대응은 더이상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담 연구조직인 가상통화연구반도 해체하고 금융결제국 내에 디지털혁신연구반을 신설해 대체하기로 했다. 디지털혁신연구반은 TF의 연구를 계승하는 한편 더 나아가 디지털화폐 등 달라진 금융결제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주로 한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G20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국가적인 차원의 대비는 부족하다"며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도 관련된 사안을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으로 보면 안되고 장기적인 전략을 짜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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