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청와대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서를 작성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고 문서를 작성한 게 맞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우 전 수석에게서)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검찰 출신으로 청와대에 파견돼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파견 종료 후 검찰로 복귀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행정관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 전 수석에게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 받았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는 자기 이름과 자기 의견을 기준으로 사건을 처리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은 지시를 받아서 보고를 한다"며 "직접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의 증언에 따르면 우 전 수석에게서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시점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 전 행정관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주로 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그는 "증인이 작성한 메모를 보면, 삼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데 이 회장의 와병이 길어져 이재용 체제가 조속히 정착되는 게 필요해서 정부가 경영권 승계 과정 중 도움 줄 일 있으면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유도하자고 하는 내용으로 보인다"는 특검 질문에 "메모 내용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우 전 수석이 증인에게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이유를 아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삼성 측 관계자와 접촉했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우 전 수석은 해당 청와대 문건에 대해 존재와 내용을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4일 본인의 형사재판에 출석하기 전 "민정비서관 당시 청와대 삼성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게 맞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난번에 다 답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문건이 발견된 직후인 지난 17일 "언론보도를 봤다"면서도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건 중 16건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고 '2014년 하반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고 밝혔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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