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구성시기 등 구체적 일정 못 잡아
국토부 이전 정책 뒤집기 쉽지 않을듯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본격화된 철도경쟁체제의 전면 재검토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철도 공공성 강화'라는 큰 틀 아래 조만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TF 운영에 대한 세부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앞으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관련 TF 출범 시기와 언제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코레일-SR 통합 논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철도노조와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문 대통령이 SR와 코레일의 통합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열린 취임식에서 "교통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공공기관의 수익성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기존의 인식을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장관이 코레일-SR의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통합 논란에 정부가 불을 댕긴 셈이다.
청와대와 주무부처 수장이 코레일-SR 통합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에도 불구하고 통합 논의 TF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쉽사리 기존 입장을 번복하기 어려운 국토부의 입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추진한 정책 방향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교수는 "통합 논의 자체가 통합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과거에 잘못된 결정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격"이라며 "과거 결정을 뒤집는 것을 꺼리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스스로 빠르게 통합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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