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초 대규모 회고전
약자 목소리 담은 디자인 및 공공미술
韓사회 담은 신작 ‘나의 소원’ 공개
MMCA 서울관 7월5일~10월9일까지
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80여점 망라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부터 거리로 나선 노동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탈북예술가, 귀화한 영화배우, 동성애 인권운동가, 평범한 20대 청년의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는 공간을 가득 메우며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오는 5일부터 10월 9일까지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의 국내 첫 개인전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여는 보디츠코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주요 작품 80여 점을 망라했다. 폴란드 우치미술관과 프로필 파운데이션,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미국 뉴욕 갤러리 르롱 등 여섯 개국 열 개 기관과 협력해 전시를 구성했다.
특히 제 7전시실에 자리 잡은 신작 ‘나의 소원’(2017)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한국 사회를 주제로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번 신작은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1876~1949)선생의 정치적 이념을 밝힌 논문 ‘나의 소원’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복제한 백범 김구 조각상 얼굴과 손, 발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영상으로 랩핑된다.
2016년 5월 서울을 찾은 보디츠코는 신작 제작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해 12월,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목격한 작가는 올 해 3월 봄, 다시 광장을 찾았고, 이 작품을 적극 추진했다. 동상의 인물로 누구에게나 친숙한 기념비적 인물로 백범 김구 선생을 택했다. 선생이 주창한 ‘이상적 사회’ ‘민주주의를 향한 기대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보디츠코는 특히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였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른 나라 출신의 이방인 또는 소외된 계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도구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공공장소’는 이 전시의 중요한 모티브”라고 했다.
이어 작가는 “나의 전시는 수년 동안 작업해온 것을 ‘보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장소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지켜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이들 장소는 정치적인 행위나 시위를 위한 무대가 되었다. 공공장소는 문화적 전쟁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에서 내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했다.
전시는 그의 주요 작품 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회고전 형식의 제5전시실(총 4부)과 신작 ‘나의 소원’이 자리한 제7전시실로 나뉜다. 폴란드 난민으로 시작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온 보디츠코의 작품을 통해 예술과 사회, 민주적 절차 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보디츠코는 아방가르드 미술의 최전선에서 40년 이상 활동했다. 새로운 재료와 조형적 실험의 선구자로 1980년대부터 미디어 미술에 조각, 디자인을 접목했다. 또한 치유적 성격의 퍼포먼스를 통해 개인과 사회 간 연결고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최근 작가들은 사회와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보디츠코는 이러한 미술에 선구자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를 겪으며 공적인 공간과 그에 대한 담론에 대한 관심을 더욱 깊게 고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 태생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유니트라(Unitra) 등에서 산업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실험적인 예술인과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 미국 뉴욕,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에서 사회 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발표했다.
미국, 멕시코, 독일, 일본 등 세계 도처에서 난민, 외국인, 노숙자, 가정 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받은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발언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공공 프로젝션과 디자인 작품으로 명성을 쌓았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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