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은 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文 대통령, 지명 철회-임명 강행 갈림길에서 임명으로 방향 잡아
靑 고위관계자 “야당 설득할 것”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청와대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野) 3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지명 철회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로 지명 철회와 임명 강행의 갈림길에 선 청와대가 일단은 임명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오전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야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가 ‘비고시(非高試), 비(非)서울대’출신에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자라는 상징성이 있고, 6월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서는 후보자를 교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야당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장관이 외교부 장관”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게 한미동맹이라고 얘기하던 사람들이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 임명을 반대해서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임명권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일단 임명한 다음에 능력이 부족하다든가 자질이 없다면 그 때 야당이 장관 불신임안을 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 당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불가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위장전입 등 도덕적 흠결을 만회할 만한 업무 능력이 발견되지 못했다”고 밝힌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강 후보자 카드를 고수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그렇다고 즉시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장관은 국회 인준 대상이 아니어서 국회의 보고서 채택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야당을 설득하면서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야당의 반대를 무릎 쓰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청와대가 서두르지 않는 이유이다. 앞으로 있을 장관 인사청문회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 때까지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 14일이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강 후보자에 대해 위장전입 등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청문보고서 채택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도 8일 의원총회를 열고 채택 불가로 입장을 정리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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