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상태 지지율-연대론 이견 등 산적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의 박지원 대표 체제가 본격 출항했다. 노련한 선장이 진두 지휘하는 만큼 경륜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한편으로 지지율 제고, 당내 이견 조율, 제3지대 주도권 확보라는 현실적인 숙제들도 대두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박 대표는 방명록에 '국민편,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이어 고(故)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현충원 참배, 최고위원회의 주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 대표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박 대표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정치력을 발휘 하리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련한 선장에게 주어진 숙제도 만만찮다.
당면한 과제는 답보상태에 빠진 지지율이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지난 12월 탄핵정국 이래 10% 안팎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텃밭인 호남에서 조차 국민의당은 경쟁자 더불어민주당의 2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탄핵정국 이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당내 이견이 표출된 바 있다. 당의 미래를 놓고 연대론 대(對) 자강론의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같은 이견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자강'을 꺼내들면서 봉합됐지만, 일각에서는 지지율 정체현상이 이어질 경우 잠복된 갈등이 다시 표출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호남의원은 "현재로서는 자강론과 연대론이 일종의 타협을 한 셈"이라며 "조기 대선이 눈 앞으로 다가오는 때에도 당과 대선후보 지지율에 별다른 변동이 없다면 다시 연대론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이견 조율 역시 박 대표 체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선투표제에 대한 입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민의당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22개 개혁입법 과제에는 박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당론화 한 대선 결선투표제가 제외 돼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이 개헌사항인데다 물리적으로 시행이 어렵다는 국회 입법조사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고려한 것이다.
박 대표는 당장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은 이미 결선투표제를 당론으로 결정한 상황"이라고 명확한 추진의사를 밝힌 반면, 한 의원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번 대선에 도입이 가능하겠나"라며 회의적 반응을 내비쳤다.
제3지대 주도권 확보, 연대론 등도 박 대표 체제의 숙제 중 하나다. 당내에서는 연대론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김영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힘으로, 당(黨)으로, 후보로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것이 빅텐트론으로 전화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60%를 획득한 박 대표는 1인2표제의 특성상 실제로는 30%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최고위원들과 상의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현충탑 분향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반기문 유엔(UN) 전 사무총장,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등으로부터 축하인사가 있었다"며 "서로 덕담을 나누는 수준이었으며 빠른 시일내에 만나자는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