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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용산공원을 자랑스런 국가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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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기고]용산공원을 자랑스런 국가공원으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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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정유(丁酉)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새해에는 경제에 다시 활력이 넘치고 국민에게는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새해를 맞아 가슴 설레는 일이 있다. 올해 말이면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금단의 땅이던 곳이 드디어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다. 우리에게 용산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서울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1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외세에 의해 점령돼 온 아픈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되찾은 땅을 어찌 해야 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매우 어려운 숙제다.

2003년 한·미 정상 간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합의된 후, 오랜 논의 끝에 정부가 내린 결정은 '공원화'였다. 원래의 지형을 회복하되 그곳을 최대한 비워두면서도 역사의 흔적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공원'이라는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특별법 제정, 아이디어 공모 등의 과정을 거쳐 2012년 국제현상설계 당선작을 통해 '치유'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기에 이른다. 훼손된 자연지형을 회복하고 아픈 역사를 직면케 한다는 당선작의 주장은 현재 수립 중에 있는 공원조성계획에도 잘 녹아 있다.


먼저 현재의 훼손된 부지를 원래의 지형으로 최대한 회복한다. 현재 남산에서 한강으로 연결되는 부지 내 녹지축의 상당 부분은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깎이고 잘려나갔는데, 이를 원래의 자연지형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숲을 만들되 산마루길, 코스모스 숲과 같은 매력적인 공간을 조성한다.

역사의 흔적도 최대한 보존한다. 1200여동에 이르는 기존 건물 중 보존·활용 가치가 높은 것들은 신중히 선별하여 남긴다. 그렇지 못한 건물은 과감하게 철거하되, 그 또한 기초를 남겨 '마당'으로 조성한다. 이렇게 하면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46.5%에 머물렀던 녹지율을 89.5%까지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기존 건물 중 보존가치가 있는 80여동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추진된 콘텐츠 공모 과정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7개의 기존 건물이 정부 부처의 콘텐츠로 채워지고 한 개의 신축마저 추가되다 보니 공원을 난개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이 또한 공론화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이토록 각별하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그리고 진정 자랑스러운 국가공원을 위한 백년대계는 어떠해야 할 지 고민해본다.


우선 공원 조성의 완료시한을 못 박지 않는다. 기존 계획상의 2027년 공원조성 목표시점도 공원의 틀과 토대를 마련하는 것일 뿐, 구체적인 내용물을 채우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으로 남겨둔다. 조만간 도출될 공원조성계획도 전문가와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여 귀한 지혜를 모아가고자 한다.


용산공원을 온전한 생태공원으로 추진하겠다는 원칙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신축은 없고, 부처 간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 건물의 활용방안도 오랜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 성당의 건축과정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자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 속에서 이 희대의 역작은 지금도 한 땀 한 땀 모든 정성을 담아 짓는 중이다. 우리에게는 더 큰 가능성의 공간, 용산이 있다. 100년을 내다보는 긴 호흡으로 역사와 생명을 품은 자랑스러운 국가공원을 만들어 우리 국민과 후대에 돌려드리고 싶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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