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싸웠던' 강경화 vs 김현종
강경화는 주미대사, 김현종은 아직
조현 외교 장관은 강경화 대학 후배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지난 18일 주미대사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내정됐다. 그동안 주미대사와 관련해서는 4명 정도가 거론됐다. 강 전 장관,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그리고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다. 특히 김 전 차장의 임명 여부가 주목됐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주목도는 높았다. 강 전 장관이 내정되면서 강경화·김현종의 악연도 새삼 부각됐다.
2019년 4월, 강경화 vs 김현종 영어로 다퉈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4월, 두 사람은 크게 부딪혔다. 그해 9월17일 김 전 차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하나 올린다. '외교 안보 라인 간의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소용돌이치는 국제 정세에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의욕이 앞서다 보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이 글을 올린 이유는 전날 국회에서 있었던 일과 관련 있다. 2019년 9월16일 국회에서 외교안보통일위원회가 열렸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강 전 장관을 상대로 질의했다. "지난 4월,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했을 때 김현종 2차장과 영어까지 쓰면서 싸운 적이 있지요?" 강 전 장관이 의외의 답변을 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보통 부인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만큼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상징했다. 이후 언론에는 두 사람의 갈등설이 보도됐다. 외교라인 고위 인사들의 불협화음이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순방 실무를 책임졌던 김 전 차장은 외교부 쪽에서 작성한 문건의 수준에 대해 외교부 직원을 다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우리 직원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라며 맞섰고 급기야 두 사람은 영어로 말싸움을 했다. 당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했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김현종 외교부 장관 임용설'도 있었던 때라 민감도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다 영어 구사력 뛰어나지만, 성격은 달라
두 사람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걸로 유명하다. 강 전 장관은 어렸을 때 부친을 따라 미국에서 생활했고,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3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역을 맡았고, 10년 정도 유엔(UN)에서 근무했다. 김 전 차장은 외교관이었던 부친을 따라 어린 시절을 미국, 일본 등에서 생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했고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꿈도 영어로 꾼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스타일도 다르다. 강 전 장관은 부드럽고 섬세하지만, 김 전 차장은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있다.
'갈등설'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월20일 두 사람을 교체했다. 임기를 같이할 것으로 점쳐졌던 강 전 장관은 외교부 장관직에서 물러났고, 김 전 차장은 외교안보특보로 옮겼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며 두 사람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전 장관은 빛났고, 김 특보는 막힘이 없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고 의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터졌을 때 (김 특보가) 막힘없이 대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일본의 공격에 몇 달 동안 꽤 대차게 싸워냈던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외교부는 물론 여권 안팎에서도 김 전 차장에 대한 거부감 상당
크게 싸웠던 강 전 장관과 김 전 차장의 운명은 엇갈렸다. 강 전 장관은 주미대사가 됐다. 반면 중책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던 김 전 차장은 아직 공직 임명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일단 외교부 쪽에서 김 전 차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강한 성격, '단독플레이 업무 스타일'에 고개를 흔드는 이들이 많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강 전 장관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후배인 것과 대비된다. 과거 외교부 2차관으로 있던 조 장관을 1차관으로 끌어준 사람이 바로 강 전 장관이었다. 이번에는 조 장관이 강 전 장관에게 주미대사를 맡아줄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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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에서도 김 전 차장에게 우호적인 이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만난 민주당 핵심 인사는 "문재인 정부 때 김 전 차장과 같이 일해 본 이들은 고개를 흔든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있는 회의 석상에서 다른 이에게 면박을 주는 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측의 반응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미국은 김 전 차장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에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 적이 있다. 일본 또한 GSOMIA 파기, 수출 규제에 맞섰던 것 때문인지 김 전 차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 시절 외교안보보좌관이 됐을 때 언론에 비판적인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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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대통령이 김 전 차장을 등용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통상전문가' 김 전 차장이 등판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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