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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미 금리인상, 시험대에 오른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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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후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어디로 튈지 감을 잡을 수 없다. 한국경제의 성장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건 이제 더는 뉴스가 아니다. 불확실성 빼고는 확실한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때 더 큰 불확실성이 덮쳤다. 바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예상대로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여기까진 예고된 재료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기준금리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연준은 점도표(연준 위원 각각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를 통해 내년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난 9월보다 1차례 더 많아졌다.

예고가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당장 내외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외국인 자본의 유출이 불가피해진다. 이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시장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폭발 직전인 가계부채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꽁꽁 얼어붙을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에 기대 가까스로 2% 중후반대 성장률을 보인 한국경제는 더 쪼그라들 수 있다.


물론 지나친 기우란 반박도 있다. 한미 간 금리 엇박자 자체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게 반박 근거다. 실제 우리는 한미 금리의 역전도 겪어봤다. 2006년 6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5.25%와 4.25%로 역전 폭이 1.0%포인트에 이르기도 했다. 그래도 당시 우리 경제엔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선 한미 금리 역전기간(1999년10월~2001년2월)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1.5%포인트 더 높았다. 이 같은 과거 사례를 보건대 여유를 가지고 대응해도 된다는 거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경기 절벽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다르다. 당시 한국경제는 확장기였다. 1999~2000년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8~11%대에 달했다. 2005~2006년 성장률 역시 3~5%대를 보였다. 또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화도 국내에 꾸준히 유입됐고 원화의 절상 압력도 강했다. 비록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는 낮더라도 원화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원화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즉 견고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대규모 자금이탈을 막은 것이다.


해외자본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혼돈의 시기, 국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진 지금 성장률 논리만 앞세워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한은은 흔들림 없는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살려낼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위기 대응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이은정 금융부 차장 mybang2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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