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3층에서 열린 정부 부처 합동 지진방재 종합대책 사전 발표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날 발표회는 개최 전날 갑자기 계획이 변경됐다. 당초 김희겸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이 발표자였지만, 이성호 안전처 차관으로 교체되면서 '급'이 격상됐다. 14개 관련 부처ㆍ기관들도 모두 담당 공무원들을 배석시켰다. 게다가 이들 14개 부처ㆍ기관들은 차관급 브리핑으로 격상되는 바람에 당초 과장급에서 국장급에서 배석자의 직위를 올려야 했다.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은 혼란을 초래했다. 세종시에 머무르고 있던 이성호 차관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부랴부랴 상경해야 했다. 다른 부처ㆍ기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배석한 10여명의 공무원들 중 3명 정도만 빼놓고 다른 이들은 아무 질문이 없어 '병풍' 노릇만 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알고 보니 이 같은 계획 변경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 때문이었다. 황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 때 박인용 안전처 장관에게 직접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방재 대책이 국민 안전과 관련한 중대한 사항이고, 이성호 차관이 종합대책 추진 공동단장을 맡았으니 발표도 직접 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혼란한 시기에 정부 부처가 무게 있게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일리있는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근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의 위상ㆍ역할 논란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제11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서 확정ㆍ발표하는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일개 실장급'이 발표하는 것이 '격'과 '의전'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기존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 결과 발표는 장관 또는 차관이 직접 하고, 총리 주재 회의 결과는 실장급이 발표하는 게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점이 의혹의 근거다.
안 그래도 황 권한대행은 지난 9일 직무를 맡은 후 보수 인사 면담ㆍ군부대 경찰서 방문 등 적극적인 행보로 인해 "대통령 노릇을 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4일 국회 방문 때에도 '대통령급' 의전을 요구하는 등 유난히 의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평상시와 달리 국가적 혼란기인 요즘 의전과 격식은 최대한 자제함이 마땅해 보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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